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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추자현이 첫 단독 주연작 '러브홀릭'으로 14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추자현은 8일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상영장에 마련된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더블버튼 재킷을 변형한 듯한 우아한 드레스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을 밤 추위와 싸우며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관람한 그는 9일 해운대 바닷가에서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나 "개막식 주인공은 개막작 배우들이더라"라며 "연기하면서 1000만 관객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지만 다음에는 부산영화제 개막작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꿈이 문득 생겼다"며 환하게 웃었다.
"칸영화제를 가더라도 상을 받는 것이 아니고서야 레드카펫 밟고 얼굴 비치는 게 전부잖아요. 부산영화제 개막식에서 우리나라에 오는 전세계 영화인들에게 주인으로서 내 출연작을 해외에 알린다면 그보다 멋진 건 없을 것 같아요. 정말 부러웠어요."
추자현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것은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권칠인 감독의 영화 '러브홀릭' 주연을 맡았기 때문이다. 무료한 결혼생활을 하는 젊은 부부와 그들의 삶과 얽히는 아내(한수연 분)의 여자친구, 남편(정찬 분)의 직장동료(김흥수 분)가 만들어가는 4각 로맨스를 그렸다. 추자현은 아내의 여자친구 지흔 역을 맡았다.
"이전 출연작이 우연히 모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었어요. '사생결단' '미인도' '실종' 등 대부분 센 영화들이어서 저 역시도 강한 이미지로 인식됐나 봐요. 게다가 실제 나이보다 많아 보이는 인물이어서 다들 그렇게만 보시는 것 같아요. 이번엔 달라요. 훨씬 '러블리' 하답니다."
추자현은 '러브홀릭'에 대해 "사랑한다는 것보다 남녀의 묘한 구도가 있는 영화"라며 "제가 2년 전인 20대에 시나리오를 받았으면 이해 못했을 텐데 이제는 조금 이해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예전에 같이 작업했던 SBS 프로듀서를 만났는데 작품 속에서 제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대요. 생각해보니 그렇더라고요.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에만 출연하다 보니 웃더라도 씁쓸한 웃음밖에 없었던 거죠. '러브홀릭'에서 처음으로 많이 웃었어요. 이번 영화는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왜 서른이 넘어야 좋은 연기가 나오는지 알게 된 점에서 의미가 깊어요. '미인도' 때는 완급조절에 실패한 것 같은데 이제 조금씩 유연해지는 걸 느꼈어요."
부산 해운대에서 만난 실제로 추자현은 '실종' 때보다 훨씬 밝고 화사했다. '사생결단'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발랄한 20대의 얼굴이 스치듯 지나갔다. 추자현의 활짝 웃는 모습이 유난히 해운대를 내리쬐는 햇빛과 닮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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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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