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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유동성, 부동산 시장 '정조준'

주요국의 양적완화에서 비롯된 과잉 유동성이 주식시장의 랠리를 점화한 데 이어 부동산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다.


홍콩에서 467억 원짜리 초고가 아파트가 등장하는가하면 사모펀드가 유럽의 부실 호텔을 인수하기 위해 펀드 조성에 나서는 등 글로벌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을 겨냥하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대공황 이후 최대 침체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한 데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자 투자 가치가 있는 매물을 선점하려는 '입질'이 가시화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홍콩 최대 부동산업체인 선흥카이는 홍콩 카오룽 반도에 지은 높이 270m의 쌍둥이 빌딩의 펜트하우스 2채를 시장에 내놓았다. 펜트하우스 1채의 가격은 3억 홍콩달러로 한화로 환산하면 무려 467억 원에 달한다.

이 아파트는 ㎡당 가격만도 1억3000만원에 육박할 정도지만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이에 개의치 않고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WSJ는 이 아파트의 등장이 홍콩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를 증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에서도 경영난에 빠진 호텔을 인수하기 위해 조성된 펀드에 수억 유로의 뭉칫돈이 몰리는 등 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던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부동산개발업자인 데이비드 몽고와 피어스 탈랄라가 설립한 어빙스톤파이낸셜은 유럽 지역의 부실 호텔을 매입하기 위해 5억 유로 규모의 펀드 조성에 나섰다.


이들은 이미 3억 유로의 자금을 출연했으며 현재 북미 기관투자자 및 국부펀드와 나머지 2억 유로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어빙스톤파이낸셜은 조달된 자금을 이용해 향후 2년간 고급 호텔 4∼5곳을 인수할 계획이다.


유럽 내 호텔 부동산 매매는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영국의 호텔그룹인 대니얼 트와이츠는 지난주 런던 메이페어 소재 고급 호텔인 스태포드 호텔을 7억7500만 파운드에 매각했다. 또 유럽 최대 호텔 그룹인 아코르 역시 부채 정리를 위해 저가 호텔 브랜드인 '포뮬 1'의 158개 체인을 2억7200만 유로에 팔거나 임대했다.


데이비드 몽고는 "호텔 산업의 침체는 끝났다"며 "지금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세라면 곧 고급 호텔시장의 거래도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에서는 호텔뿐만 아니라 부동산 관련업체들의 채무재조정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영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인 미네르바 PLC가 최근 8억1200만 파운드의 부채를 재조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연초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영국 최대 부동산투자업체인 랜드 시큐리티스 그룹은 15억 파운드에 달하는 부채 상환에 성공했다.


한 때 10억 파운드에 달하는 부채와 씨름했던 미네르바는 거래은행들과의 대출 기간 연장에 합의한 것은 물론 수수료를 높이는 조건으로 좀 더 유연한 대출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랜드 시큐리티스는 주주들로부터 7억5600만 파운드를 조달해 예상보다 빨리 대출금을 갚아 나가고 있다.


인도에서는 부동산 관련 종목이 급등하며 인도 증시의 블루칩으로 꼽히는 IT 업종을 위협하는 이례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인도 부동산시장은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무기로 전 세계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현재 11억 명을 웃도는 인구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성장에 대한 기대로 HSBC와 모건스탠리 등 세계적인 투자가들이 부동산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코탁 인스티튜셔널 에쿼티스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해외 IB가 인도 증시의 부동산개발업체에 투자한 금액은 35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기훈 기자 core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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