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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각] 정책버블과 정책실패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41초

예상대로 출구전략은 마련되지 않았다.
지난주 런던에서 개최던 주요20개국(G20) 회담에서 금융정상들은 저금리 기조와 유동성 공급을 근간으로 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글로벌 위기의 주범인 미국과 영국이 앞장서서 보다 강력한 경제회복의 토대가 마련될 때까지 출구전략이 불가하다고 으름장을 놓는 판에 입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국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설사 일부 국가가 출구전략을 구사한다고 해도 경제ㆍ금융이 완벽하게 세계화ㆍ국제화가 된 마당에 일국의 자구노력이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제 각국의 개별 경제상황은 안중에 없으며 출구전략조차도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쓸 수 있는 게 돼버렸다.

현재 주가 등 자산가격이 어떻길래 출구전략을 시작하는 것은커녕 논의조차 금기시하고 있을까.
이해하기 쉽도록 간단히 한국만의 예를 든다면 코스피지수는 1600선마저 넘은 상태다. 1600선은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 2000선을 넘은 뒤 서브프라임 위기가 증시에 본격적인 타격을 가하기 시작하면서 2007년 8월에 주저앉았던 레벨이다.
당시 이 같은 주가 폭락 충격을 이겨내고 불과 2개월만에 재차 2000선을 돌파하면서 서브프라임 우려를 떨쳤던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1600대로 올라선 주가가 추가상승 한다는 것은 서브프라임 영향권에서 자유로워졌다는 방증이 된다.


부동산가격은 2006~2007년 기록한 사상최고치를 넘은 곳도 생겨났다. 콘도 가격은 물론 골프회원권도 바닥에 비하면 2배 넘게 오른 곳이 부지기수다. IMF 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서브프라임 위기 때도 폭락한 어떤 자산이라도 잡았으면 1년도 안돼 떼돈을 벌었다.
돈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러한 투자에 나섰을 것이고, 지난 봄부터 '불황은 무슨 불황, 최고의 활황'이라는 소리가 퍼지기 시작한 게 아주 당연한 일이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플러스로 수정했다. 당초 -4.1%를 -2.2%로 올린 지 3개월만에 +0.2%로 또 높일 정도니 경기 회복 속도가 얼마나 빠른 지 여실히 입증되고 남는다. CS가 전망한 내년 성장률 예상치 6%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뛰어넘는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 가격이 호황 및 활황 국면으로 돌입했고 경제성장률마저 과열수준이 예상되는 판에 출구전략이 구사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같은 자산가격 앙등이 초저금리 및 무차별적 유동성 공급에 의한 사상누각이기 때문이 아니라면 글로벌 경제를 책임지는 G20 금융정상들이 출구전략을 주저할 리 없다.
금리를 높이거나 유동성을 축소하는 순간 자산가격이 고꾸라질 것으로 보기 때문에 호황을 넘어선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언제까지 자산가격 버블을 방치할 것인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다시 넘으면, 부동산가격이 이전 최고치의 2배에 이르면 자산가격 버블을 인정할 것인가.
설사 코스피지수가 또 다시 2000을 넘는다고 해서 주가상승을 대세로 보는 환호성이 터져나올 것인가. 아파트가격 평당 1억원이 기본이 되는 세상이 가능할 것인가.


닷컴버블 붕괴와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주가 폭락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글로벌 양적완화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을 영원히 믿을 리 없다. 전세계 정부가 돈을 쏟아 붓는 한 가격상승을 즐기고 이용할 뿐이다. 굳이 물가상승 압력에 처하는 상황이 오지 않아도 자산가격 버블이 커질수록 출구전략의 강도는 세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가격상승 정책으로 경제파멸을 이끌었던 문제가 언제까지 덮어질 수는 없는 일이다. 추가적인 가격폭락을 막아 공황이 되풀이 되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다면 그때부터는 고통스럽더라도 무너진 자본주의를 치유했어야 했다.
이제 또 한번 글로벌 '정책버블'이 생겨났다. 따라서 '정책실패'를 확인하는 시점만 남았을 뿐이다.

홍재문 자본시장부장 jmoo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홍재문 기자 j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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