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2기를 뒷받침할 청와대 참모진들의 윤곽이 최근 확정됐다. 지난해 6월 촛불정국 과정에서 청와대 조직을 대폭 개편한 지 1년 2개월여 만이다.
이번 청와대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측근실세들의 전진 배치다. 특히 이동관 홍보수석 vs 박형준 정무수석의 라이벌 구도는 눈에 띈다. 또한 대통령실 부실장격인 정책실장으로 승진한 윤진식 경제수석과 경제특보로 MB곁으로 돌아온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의 구도 역시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이는 임기 중반기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충성도가 높은 참모들은 중용한 것. 특히 홍보와 기획, 정책 등의 핵심분야에서 이 대통령이 믿고 맡길만한 사람들에게 일을 맡기고 일종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이동관 vs 박형준
이동관 홍보수석과 박형준 정무수석은 청와대 참모진 내부의 대표적인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개편 이전 비슷한 업무를 맡아 크고작은 다툼이 적지 않았던 것. 이 수석은 대변인으로 언론과의 접촉, 박 수석은 홍보기획관으로 장기적 홍보전략을 수립하는 것으로 업무가 구분돼 있었다. 하지만 홍보업무의 조정이 쉽지 않아 갈등설이 꼬리를 물었다. 청와대 개편설이 나돌 때마다 대변인실과 홍보기획관실을 통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돈 것은 이 때문이다.
청와대 입성은 이 수석이 빨랐다. 이 수석은 18대 총선 출마 의사를 접고 청와대로 들어와 이 대통령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 촛불시위, 용산참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정국 등 정권의 고비 때마다 이른바 '이(李)의 남자'로 맹활약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의 입' 노릇을 해온 이 수석은 1년 6개월 만에 대변실과 홍보기획관실을 통합한 초대 홍보수석의 자리에 올랐다.
박 수석은 지난 총선에서 아쉽게 낙마한 뒤 지난 6월 2기 청와대 참모진의 일원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직책은 수석급 홍보기획관. 미국산 쇠고기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근본 원인 중 하나가 소통부재라는 점을 감안해 정권차원의 홍보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박 수석의 청와대 입성 이후 정권 차원의 홍보기능을 대폭 강화된 것은 물론 중도실용 및 친서민정책 등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해 이 대통령 지지율 상승의 1등공신으로 꼽힌다. 결국 정무수석으로 자리를 옮겨 정치개혁의 막중한 과제를 부여받았다.
이 수석과 박 수석은 이제 그동안의 갈등을 접고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무영역이 홍보와 정무로 뚜렷하게 구분된 데다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만큼 MB정부 집권 중반기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상호 협력과 경쟁을 통한 윈윈 효과가 가능한 것.
◆ 윤진식 vs 강만수
윤진식 정책실장과 강만수 경제특보로 대표되는 경제분야 참모진 구성도 눈에 띈다. 특히 이번 개편으로 청와대는 경제정책의 중심에 서게 됐다.
윤진식 수석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의 자리에 올라 일종의 왕수석 역할을 맡았다. 정책실장은 경제, 국정기획, 사회정책, 교육과학문화 등 국정 전반의 정책을 총괄하는 막중한 사령탑이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에 이은 청와대 2인자의 자리에 오른 것. 윤 실장은 특히 정책파트의 기능조정을 위한 정책조정위원회를 상시 주재하게 된다. 윤 실장 임명은 사실 청와대 개편의 백미다.
윤 실장은 특히 타고난 일벌레다. 경제수석실 산하 비서관과 행정관들의 업무 강도가 다른 수석실보다 세다는 것은 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윤 실장은 재무부 재직 시절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놓고 일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또한 현 정부 1기 경제팀의 수장이었던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대통령 경제특보로 임명됐다. 강 특보는 지난해 장관 재직 시절, 성장 중심주의와 고환율 정책 논란으로 시장의 불신과 여론의 뭇매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 1월 낙마했다. 이후 이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바탕으로 곧바로 국경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경제특보 역할까지 겸임하게 된 것. 그동안 국경위 업무에만 전념해왔으나 경제특보로 복귀한 만큼 경제, 금융 등 주요 경제정책에 대해 이 대통령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B노믹스의 핵심 2인방인 윤 실장과 강 특보는 두 사람 모두 과거 재무부 출신으로 경제금융통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향후 경재정책 조정 과정에서 실질적 사령탑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공 많은 경제팀의 조율이 관건이다. 내각과 청와대에는 사공이 많다고 표현할 정도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해 경제 전문가가 적지 않다.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 역시 경제학자 출신이다. 또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 임태희 노동부장관 내정자 등 실세 정치인 출신들도 경제팀에 합류했다.
다만 청와대 중심으로 경제정책이 결정될 경우 일부 혼선도 예상된다. 윤 실장이 정책조율, 강 특보가 정책자문을 맡은 상황에서 경제정책을 집행하는 경제팀 수장 윤 장관의 발언권이 축소되고 권한과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것. 특히 윤윤강 트로이카 체제는 저마다의 개성과 정책적 소신이 강해 민감한 경제현안을 두고 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과거 정부에서도 실세 경제수석이 재임했을 때에는 재정부 장관의 역할이 현저히 축소됐다.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강만수 특보는 재정부장관 재직 시절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고 김중수 경제수석의 역할을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실장과 강 특보가 이 대통령을 잘 아는 핵심참모로 MB정부의 성공을 위해 똘똘 뭉친만큼 불필요한 갈등은 만들어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면서 MB노믹스의 성공을 위한 시너지 효과가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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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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