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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튀는 휴대폰 '충전기 규격' 갈등

방통위 현행 20핀 고수 vs 삼성·LG ‘마이크로 USB’ 선호...고객 편의 뒷전

정부와 국내 휴대폰 제조사간 '충전기 규격' 갈등이 예사롭지 않다. 현행 국내 표준인 '20핀'을 고수하는 정부와 달리 삼성ㆍLG 등 제조사들은 '마이크로 USB'를 내심 선호하고 있어 충전기 규격이 이통 업계에 새로운 논란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가 '20핀'을 국제표준으로 추진할 방침이어서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24일 "국내 휴대폰 충전기 표준인 20핀을 국제 표준으로 추진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세부적인 검토가 끝나면 ITU(국제전기통신연합)에 정식으로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20핀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회장 김원식)가 2007년 11월 국내 표준으로 확정한 규격이다. 이와 관련, 방통위와 TTA는 최근 잇따라 모임을 갖고 20핀 국제 표준 추진을 비롯한 충전기 규격 전반에 관한 논의에 본격 돌입했다.

방통위의 최근 바빠진 행보는 다분히 '마이크로 USB'를 겨냥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협회인 GSMA는 휴대폰 충전기를 2012년까지 '마이크로 USB' 기반의 UCS(Universal Charging Solution)로 단일화하기로 하고, 10월 중 ITU에 표준신청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ITU가 마이크로 USB를 채택할 경우, 회원사인 삼성전자LG전자는 현행 20핀 대신 마이크로 USB를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 방통위 관계자는 "제조사들은 원가절감을 위해 수출용과 내수용 모두 충전기 규격을 마이크로 USB로 단일화하고 싶어한다"면서 "이럴 경우 국내 시장은 또 한차례 혼란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내 휴대폰 충전기 규격은 2000년 24핀을 표준으로 채택했다가 2007년 20핀으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마이크로 USB가 출시된다면 소비자들은 또 한 차례 불편을 겪게 된다는 것이 방통위측의 설명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20핀은 이어폰과 TV 아웃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데다 충전이 끝나면 LED가 녹색으로 바꿔 전력 낭비도 막을 수 있다"며 마이크로 USB보다 기능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했다.


충전기 규격과 관련해 제조사측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지금은 나라마다 충전기 규격이 달라 원가 부담이 크다"며 내심 마이크로 USB로 단일화하고 싶은 속내를 드러냈다.


만약 마이크로 USB가 세계 표준으로 채택돼 제조사들이 이를 국내시장에 적용하더라도 정부는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방통위측은 "이통사들에 20핀 제품만 유통하도록 협조를 구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결국 방통위가 20핀을 국제 표준으로 추진하려는 것도 이같은 한계를 반영한 고육지책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충전기 논란이 수면 아래에 잠복해있지만 GSMA가 표준 신청을 하는 10월에는 정부와 제조사간 갈등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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