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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前대통령국장]DJ "파란만장의 일생…후회는 없다"

21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건강이 악화되기 직전까지 작성한 100일간의 일기는 마지막까지 국민을 걱정한 전직 대통령의 애틋함이 그대로 담겨있다. 또 자신의 아내 이희호 여사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도 엿볼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85번째 생일인 지난 1월6일, "돌아보면 파란만장의 일생"이라며 "내가 살아온 길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후회는 없다"고 회고했다. 9일 뒤인 15일에는 "납치, 사형 언도, 투옥, 감시, 도청 등 수없는 박해 속에서도 역사와 국민을 믿고 살아왔다. 앞으로도 생이 있는 한 길을 갈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했다.

자신의 지병에 대한 걱정도 기록, 인간적인 고뇌가 묻어나 있다. "혈액검사, X레이검사 결과 모두 양호"하며 "신장을 안전하게 치료하는 발명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리 힘이 약해져 조금 먼 거리도 걷기 힘들다"고 투병생활에 대한 고민과 간절한 소망을 남겼다.


국민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일기 곳곳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은 1월 외신기자 클럽 초청 연설에 대한 언론도보에 달린 네티즌들의 반응을 소개하면서 "댓글을 볼 때 국민이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 몸은 늙고 병들었지만 힘닿는 데까지 헌신, 노력하겠다"고 했고, 설날에는 "가난한 사람들, 임금을 못 받은 사람들, 주지 못한 사람들, 그들에게는 설날이 큰 고통"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1월에 발생한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에 대해서는 "참으로 야만적인 처사"라며 "이 추운 겨울에 쫓겨나는 빈민들의 처지가 너무 눈물겹다"고 경찰 진압작전에 대한 견해를 기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전해들은 5월23일, 김 전 대통령은 "슬프고 충격적"이라고 표현하면서 "(검찰이) 노 전 대통령, 부인, 아들, 딸, 형, 조카사위 등 마치 소탕작전을 하듯 공격했다"고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매일같이 수사기밀 발표가 금지된 법을 어기며 언론플레이를 했다"며 "결국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은 강요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 영결식 당일에는 "이번처럼 거국적인 애도는 일찍이 그 예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정부가 강압일변도로 나갔다가는 큰 변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현 정부에 경고했다.


자신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 대한 애틋한 사랑도 일기 곳곳에 남겼다. "요즘 아내와의 사이는 우리 결혼 이래 최상"(1월11일)이라고 했고, "하루 종일 아내와 같이 짚에서 지냈다. 둘이 있는 것이 기쁘다"(2월7일)이라며 소박한 일상의 행복을 기록했다.


또 방한 중에 전용기에서 전화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에 대해 "뜻밖에 전화한 것은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표명으로 한국 정부와 북한 당국에 대한 메시지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며 "클린턴 내외분의 배려와 우정에는 감사할 뿐"이라고 소개했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제목의 책자는 김 전 대통령이 지난 1월1일부터 건강이 악화되기 직전인 6월4일까지 작성된 일기 중 일부를 실었다. 김 전 대통령측은 이날 오후 전국 분향소에 3만부를 배포했다.



김달중 기자 d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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