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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섹 자금수혈에 서구자본 환호, '왜?'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외부 자금 조달 계획을 내놓자 서구 자본이 일제히 반색이다. 금융위기로 자산을 잃고 자금을 수혈해야 하는 상황을 서구 언론과 투자은행(IB)이 기다렸다는 듯 환호하는 배경이 주목된다.


◆ ‘국부펀드의 속이 궁금했다'

테마섹은 사상 처음으로 외부자금을 조달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5~8년간 장기투자가 가능한 가치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한편, 8~10년간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테마섹을 개방하겠다는 내용이다.


소식이 전해지자 해외 IB들은 테마섹의 이번 결정으로 펀드 운용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며 국부 펀드 투자에 대한 외국 정부들의 우려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외부투자가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더 많은 정보 공개를 하도록 촉진할 것으로 기대했다.

IHS 글로벌인사이트의 잔 라돌프 대표는 “모든 국부펀드가 불투명하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공개적인 투자가 이런 평판을 다소 희석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테마섹의 외부자금 수혈이) 미래 국부펀드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자본의 참여가 테마섹에 이어 중화권과 중동 지역의 다른 국부펀드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서구 자본의 바람을 드러낸 발언이다.


이처럼 테마섹의 발표에 자금 운용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는 국부펀드를 향한 서구의 불편한 속내가 묻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 국부펀드를 경계하는 이유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국과 중동 국가들이 국부펀드로 무장하자 서구의 자본을 대변하는 국제기구와 IB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까지 수 차례에 걸쳐 보고서와 책자를 발간하고, 국부펀드 운용 방향을 조언하는가 하면 잠재적인 문제점과 부작용을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국부펀드를 조사하는 웹사이트가 연이어 개설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서구 자본이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경계에 가까울 정도로 주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보고서에는 신흥국이 국부펀드를 통해 핵심 자산과 주요 기업의 지분을 잠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역력했다. 주요 원자재는 물론이고 국가 보안 상 긴요한 기업이나 자원을 잠식당할 수도 있다는 것.


실제로 국부펀드가 투자에 나섰다가 미국 정부와 마찰음을 일으킨 일이 적지 않았다. 지난 2003년 테마섹은 미국 광통신망 업체 글로벌 크로싱의 일부 자산 인수하면서 미국인들의 반발을 샀다. 이 일로 테마섹은 CFIUS(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국방부는 광통신에 관련된 미국 자산이 해외 자본에 팔려나가는 것에 대해 국가보안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대부분의 국부펀드가 지배구조와 운용 내역, 투자 원칙 등을 비공개에 부치자 서구의 불안과 경계심은 더 증폭됐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아부다비 국부펀드가 사상 처음 연례보고서를 발표해 서구 자본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테마섹의 외부 자금 수혈이 반가운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투명성을 거론하는 서구 자본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금융위기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이른바 구조화 금융상품이 불투명함의 전형이기 때문. 금융공학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로 포장된 이들 상품은 투자자들에게 리스크를 분산시킨다는 착각을 일으켰지만 실상 상품 구조를 교묘하게 가려 손실 위험을 더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서구 자본의 입에서 나온 '투명성'이란 말이 사자성어 '어불성설'을 연상시키는 것은 금융시스템을 붕괴시키고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라는 비극을 초래한 장본인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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