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국내 프로골프계가 시끄럽다.
바로 '내셔널타이틀' 한국오픈의 일정 조율 때문이다. 이 대회는 국내 최고(最古)의 역사에 총상금이 10억원에 달하는, 그야말로 '메이저 중의 메이저'다. 타이틀스폰서인 코오롱은 그러나 하반기 시즌 개막이 불과 한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도 아직까지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표류하고 있다.
문제는 코오롱이 최근 KEB인비테이셔널 2차대회가 예정된 오는 9월10일 대회를 개최하겠다며 이 대회 타이틀스폰서인 외환은행에 양보를 요구하면서 크게 불거졌다. 외환은행에서 물론 이 요구를 수용할 리가 만무하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연간 두 차례의 대회를 열고 있는 외환은행은 이번 대회를 위해 지난 4월 1차대회에서는 프로암대회도 생략한 채 2차대회를 고대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고, 어쩌면 한 주에 두 개의 대회가 열리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되면 가뜩이나 대회 수도 많지 않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는 양분되고, 대회 역시 '반쪽 대회'로 전락하게 된다. 선수들 역시 어느 대회에 출전하느냐를 놓고 고심해야 할 처지다.
코오롱은 이번 사태에 대해 당초 대회를 주관하는 대한골프협회(KGA)와 10월15일 대회를 확정했다가 같은 기간 이미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신한동해오픈이 자리잡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일정을 변경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골프계에서는 연초에 발표된 일정을 지금껏 방치했다가 이제서야 좌충우돌하는 모양새를 도저히 이해 할 수는 없다는 반응이다.
코오롱이 9월10일을 고집하는 이유가 최근 일본열도를 들끓게 하고 있는 이시카와 료의 초청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더욱 아이러니다. 이시카와가 누군가. 바로 일본 프로골프계가 '차세대 월드스타'로 키우기 위해 총체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선수다. 이 선수의 일정에 맞춰 명색이 '내셔널타이틀'인 한국오픈이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을 일으킨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사실 코오롱은 예전에도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비제이 싱 등 빅스타 초청에만 매달리면서 여러번 '무리수'를 뒀다. 2003년에는 존 댈리와 로라 데이비스의 '성(性) 대결'로 '내셔널타이틀'을 희화화하기도 했고, 총상금을 10억원으로 증액할 때는 우승상금을 무려 3억원으로 책정해 다른 대회는 안중에도 없는 행태도 일삼았다.
코오롱의 이번 '무리수' 역시 수십만달러를 쏟아붓는 선수초청에 유독 집착하는 연장선상에서 출발했다. 마치 지난해 SK텔레콤이 최경주의 일정에 맞춰 대회를 한달이나 앞당기면서 다른 대회 스폰서들에게 악영향을 미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메이저대회라고 해서 '상도의'까지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세계적인 불황으로 위축되고 있는 프로골프계에 스폰서 포기라는 '후폭풍'이 일어날까봐 여간 걱정이 아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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