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어리티(security)'
우리 말로 보안요원이나 안전요원, 뭐 대충 이런 뜻이다. 사전에는 요인들의 경호나 주요행사에서 질서유지를 위해 배치되는 경비요원들을 의미한다고 나와있다. 골프대회에는 주로 외국의 거물급 스타들이 초청되는 대회에 나타난다. 최근에는 그러나 일반적인 국내 골프대회에서도 바로 이런 보안요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골프장에 보안요원이 등장한 것은 아무래도 박세리(32)가 원조인듯 싶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라는 신대륙을 개척해 한국여자프로골프의 '선구자'로 떠오른 박세리는 언제부터인가 국내 대회에 출전할 때 마다 2~ 3명의 보안요원을 대동해 그 위상을 실감케 했다. 박세리는 그러나 당시 보안요원을 경기중에, 그것도 코스 안까지 거느리고 다녀 따가운 눈총도 받았다.
사실 박세리의 문제는 아니었다. 당시 박세리의 마케팅을 담당했던 매니지먼트사의 '컨셉'이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06년 미셸 위(20)가 남자대회인 SK텔레콤오픈에서 '성(性) 대결'을 벌일 때도 과다한 보안요원 배치로 곳곳에서 갤러리와 마찰을 벌였고, 2007년 경주에서 개최된 LPGA투어 코오롱ㆍ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탱크' 최경주(39)의 출전으로 국내 팬들의 시선이 집중된 이번 SK텔레콤오픈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서부시대의 보안관같은 배지를 가슴에 부착한 보안요원이 코스 곳곳에서 위압감을 조성해 갤러리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적어도 이 회사가 맡아 운영하는 골프대회는 언제나 이런 삼엄한 '경비문화'가 트레이드마크인 셈이다.
물론 이런 선택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골프대중화와 함께 갤러리가 급속도로 늘면서 어쩌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단지 방법이 너무 어설프다는 이야기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출전하는, 이른바 '어메리카'는 총기휴대까지 가능하지만 수만명의 갤러리가 몰려와도 보안요원은 언제나 '있는 듯 없는 듯' 하다. 이들은 오히려 축제를 망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번 대회는 더욱이 '행복, 나눔의 대회'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SK텔레콤이 경기 악화로 대회 개최에 난색을 표명하자 최경주는 국내프로골프 활성화를 위해 선뜻 출전료를 포기했다. 주최측은 그러자 행복도시락센터설립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 운영으로 기부금을 쾌척하는 등 여기에 화답했다. 선수들은 자신의 애장품 경매로 기금을 더했고, 갤러리의 입장료도 보태졌다.
가슴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온정의 대회가 '옥에 티'로 인해 퇴색하는 것은 골프문화 발전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요즈음 골프대회는 특히 갤러리의 페이스 페인팅과 좋아하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피켓까지 등장하는 등 예전의 엄숙함에서 벗어나 '열광적으로 즐기는' 모드다. '폼나는' 보안요원 대신 그 비용을 절약해 사회공헌활동에 동참했다면 대회가 한결 더 빛나지 않았을까.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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