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미국 고용시장의 악화가 실업률과 경제성장률간의 전통적인 상관관계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미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2% 포인트 떨어질 때마자 실업률은 1% 상승한다는 오쿤의 법칙(Okun's law)이 타당성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실업률 상승속도가 경제성장률 하락 속도보다 전례 없이 빨라져 몇 십년간 이어졌던 노동시장과 생산시장 간의 상관관계가 깨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경기침체가 종결되더라도 최악의 실업사태는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수장들도 이런 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자문위원인 로렌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현재 9.5%까지 치솟은 실업률이 오쿤의 법칙에 따라 산정한 수치보다 1~1.5% 포인트 높은 수준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피터 오재그 백안관 예산관리 실장과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성장률과 고용의 상관관계가 깨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이에 7870억달 러의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실업률 급등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 고용 없는 성장 현실화 = 지난 2007년 본격적인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래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5%로 떨어진 사이 실업률은 5% 포인트나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과 실업이 이같이 엇박자를 내는 이유를 생산성 향상으로부터 찾았다.
과거 두차례의 경기침체에서 기업들은 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고용을 늘리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생산성 향상은 적은 노동자로도 기존의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이번 경기 침체기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예측기관인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는 실업률이 10%까지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올 2분기 생산성은 연율 5% 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고용없는 성장’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생산성 향상은 경제성장률과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순 있지만 노동자들에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에 현재의 고용 불안정성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버냉키 의장도 이번주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 “수요와 생산이 안정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고용 시장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이런 우려를 뒷받침했다.
◆ 문제는 몸 사리는 기업 = 문제는 경기 회복조짐에도 불구하고 채용에 소극적인 기업들이다. 특히 미국 기업들은 비용절감 방안으로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면서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실적개선의 효과를 보고 있다.
현재까지 총인력의 15%에 해당하는 17만1000명을 내보낸 중장비업체 캐터필러는 노동비용만 45억달러를 절감했고, 이에 올해 실적 전망치를 상향조정했다. IBM도 대규모 감원을 실행한 결과 25억달러의 비용 절감효과를 맛봤고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2분기 순익이 12% 늘어났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경기부양책이 언제가 고용을 부양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또한 현재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만큼 크지 않아 FRB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적어 미 노동자들의 고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폴 보커 미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의장은 “기업들이 고용을 줄이고 있는 속도가 과거보다 빠르다”며 “경제활동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실적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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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기자 pob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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