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北 미사일 7발 발사,미 휴장.."지정학적리스크 주목..1250~1280원대 박스권 가능성"
북한의 미사일 발사 타이밍이 절묘하다. 미 독립기념일 휴일과 동시에 외환시장이 쉬는 때에 무려 7발을 쐈다.
이는 지난 2일 함경북도 신상리 기지에서 단거리 미사일 4발을 발사한데 이어 이번 스커드급 미사일은 남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놓고 있는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카드까지 꺼내들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번주 원·달러 환율에서는 북한 재료에 대한 역외의 반응에 관심을 가질만 하다. 최근까지 북한의 미사일과 관련해서는 대개 일시적인 환율 상승에 그쳤지만 미사일 수가 현저히 늘어난 데다 대북 강경기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어 갈등이 깊어질 경우 원화 매도 재료가 될 수 있다.
다만 주식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추이를 보이고 있고 역외 투자자의 초반 심리적 동요가 크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 환율 상승폭은 제한될 전망이다.
지난 주 원·달러 환율은 반기말의 여파를 톡톡히 겪었다. 역외의 움직임과 수급에 따라 장초반 분위기는 손쉽게 뒤집혔고 시장 참가자들은 혼재된 방향성에 휩쓸렸다. 환율은 지난주 초에는 1280원대 후반으로 치솟았으나 이내 이월롱포지션 정리 및 네고 물량, 사상 최대 무역흑자, 스왑포인트 하락 등에 1260원대로 내려섰다. 7월들어서는 증시 방향성과 역외 수급에 반응하며 1260원대의 흐름을 이어갔다.
일단 주말 뉴욕시장은 4일 독립기념일 관련 휴장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직접적으로 반영하지 않은 상태다. 북한 관련 재료가 나온 후 한숨 돌리고 장이 시작되는 만큼 충격의 여파도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지난 3일(현지시간) 유럽시장에서는 유로화 매수가 증가하면서 유로·달러 환율이 1.3939달러/1.4003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오는 8일~10일에 있을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릴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기축통화 흔들기가 본격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시적인 달러 약세 재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G8과 동시에 있을 중국, 브라질, 인도, 멕시코, 남아공 등 신흥 경제국들의 5개국 회담에서 중국이 '기축통화 논의'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 경우 달러 매도세가 진행돼 글로벌 달러 약세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오는 9일 예정돼 있다. 지난달 경기 하락세가 거의 끝났다고 언급한 데 이어 출구전략에 대한 입장을 내비칠 지가 관건이다.
기준금리는 연 2% 수준을 동결한다는 예상이 우세하지만 향후 한은의 외화유동성에 대한 입장을 가늠할 수 있는 만큼 주목할 만하다. 한은이 최근 외화대출 회수에 나서면서 은행권의 달러 수요를 불러온 점을 감안할 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은은 오는 10일 하반기 경제 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무려 1조420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7거래일 연속된 외국인 순매수는 견조한 코스피지수에 한 몫했다. 이번주는 미국과 한국이 2분기 기업 실적장세를 맞이하는 만큼 주식시장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한 재료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원·달러 환율이 1250원~1280원대의 움직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박스권은 여전히 1200원대 후반에 머물고 있지만 한걸음 내려온 상태고 다음주 역시 상승폭은 제한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씨티은행은 "주말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점이 상승 재료는 될 수 있으나 최근 1250원~1280원 박스권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국내 수급은 공급 우위로 분위기만 갖고 올라가기에는 어려움이 있는데다 역외 역시 글로벌 달러 방향성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기존 박스권인 1250~1280원대로 회귀했다"며 "역외 공급 물량이 나오고 외국인 주식 순매수 유지, 결제 수요가 꾸준해도 어느 정도 하락 쪽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완만한 하락세를 전망했다.
농협은 "일단 박스권 저점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음주도 박스권 레인지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며 "1260원~1285원 정도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우리은행은 "1270원선이 지지되는 듯했으나 주식이 오르면서 무너졌다"며 "1250원~1270원대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주식시장 자체가 워낙 세고 외환보유고도 2300억달러를 돌파한데다 7월에도 경상수지 흑자가 기대되는 만큼 1280원대에서 상방 경직성을 가질 것으로 본다"며 "그동안 환율을 끌어올렸던 세력이 1250원대 내려가면 스탑을 통해 매물화 할 가능성도 있어 돌발 악재만 없으면 1240원~1280원 정도로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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