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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직권상정 '양날의 칼'로 국회 해법 여나

비정규직법이 한나라당의 상임위 기습상정과 민주당의 원천무효 주장으로 신경전만 가속화되는 가운데, 김형오 국회의장의 정치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여야 중재에 나서야 하는 김의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치력이 상실된 여야협상을 이끌어 내야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김의장의 협상촉구는 귓등으로 들으며, 그가 가진 직권상정이라는 칼자루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치열한 협상은 오간데 없이 한나라당은 "양보할 것 다 했다" 며 직권상정을 요청했고, 민주당은 "비정규직법을 직권상정하면 6월 국회는 사실상 끝"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비정규직이라는 덫에 허우적대는 국회는 미디어법이라는 시한폭탄까지 끌어안고 있어 그의 고민을 더욱 부채질한다.

김의장은 대표적인 사회적 법안인 비정규직법에 대해선 "여야 지도부가 밤을 새워서라도 타협하고 합의해 달라"며 최대한 협상을 이끌어 낸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특히 쟁점이 되고 있는 법안 유예기간에 대해 여야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해, 직권상정이라는 양날의 칼이 다시 여야 합의 재촉의 수단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 처리가 늦어지면 집권여당의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고, 민주당도 직권상정이 이뤄지면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1일 5자 회담에서 교착상태를 이어가는 비정규직법과 관련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의 6자 회담을 제안했으나, 정치권의 야합으로 처리할 법안이 아니라는 야당의 반발만 불렀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2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비정규직법은 정당끼리만 얘기하면 안된다, 노·사·정이 모두 참여해 논의해야 한다"며 "6개월 유예안에서 더 이상 양보는 없다, 법안을 하루아침에 뚝딱하면 사회적 비용만 커지고 문제해결은 되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한나라당의 1일 비정규직법안 환경노동위원회 기습 상정은 원천무효 논란을 불러 일으키며 여야 대립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있다.

조원진 한나라당 간사가 "개의 요청을 했는데도 개의를 하지 않은 것은 사회권 기피·거부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추미애 위원장은 "유권해석을 할 필요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추 위원장 사퇴촉구 결의안을 제출했으며, 민주당은 조 의원을 공무집행방해로 검찰 고발을 검토하는 등 따로 국밥식 파행일변도를 걷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법안의 직권상정은 법안이 가지는 의미를 고려해 볼 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여야 대치가 장기화되고 실업대란이 수치적으로 현실화되는 모습이 심화되면 결단의 순간이 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의원은 "추미애 위원장이 여야 간사 합의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임위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면, 똑같은 이유로 김 의장이 직권상정의 수순을 밟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혁진 기자 y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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