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사투 끝에 생애 첫 메이저, 미켈슨ㆍ듀발 '필사의 추격전' 무위
'우신(雨神)'의 선택은 결국 루카스 글로버(미국ㆍ사진)였다.
첫날부터 폭우로 파행이 계속되면서 결국 5일만에 막을 내린 109번째 US오픈(총상금 750만달러) 마지막날. 글로버는 사투 끝에 기어코 '메이저챔프'에 등극했다. '넘버 2' 필 미켈슨(미국)이 유방암으로 투병중인 아내 에이미에게 우승컵을 바치기 위해 막판 추격에 나섰지만 공동 2위에 그쳤고,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공동 6위에서 타이틀방어의 꿈을 접었다.
글로버는 2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골프장 블랙코스(파70ㆍ7214야드)에서 속개된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4개로 3타를 까먹었지만 가장 중요한 때 유일한 버디를 터뜨리며 합계 4언더파 276타로 2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 후나이클래식에 이어 4년만에 투어 2승째. 우승상금이 135만달러다.
글로버는 2001년 프로로 전향해 그동안 1승과 2위 한차례에 올랐던 평범한 선수. 하지만 이번 우승 한방으로 세계랭킹이 71위에서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 보다도 앞선 18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상금랭킹 9위(265만달러)에 진입하는 등 당당하게 빅스타의 대열에 합류했다.
리키 반스(미국)와 함께 공동선두로 출발한 글로버는 이날 특히 막판 분전이 돋보였다. 반스가 전반에만 5개의 보기를 쏟아내는 등 초반에는 두 선수가 동반부진을 거듭하면서 5타 차라는 여유를 모두 잃어버려 혼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글로버 역시 전반에만 3개의 보기를 범하는 등 '가시밭길'을 걸었다.
후반에는 미켈슨, '잊혀진 세계랭킹 1위' 데이비드 듀발(미국)의 가세로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18홀 연장까지 예상되는 접전으로 치달았다. 글로버는 그러나 미켈슨과 듀발이 17번홀(파3)에서 각각 보기를 기록하는 동안 16번홀(파4)에서 천금같은 '우승버디'로 순식간에 2타 차 선두에 나서 긴 승부를 우승으로 마무리했다.
현지에서는 13번홀(파3) 이글로 공동선두로 치솟은 미켈슨의 분전에도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지만 15번홀(파4)의 '덫'이 문제였다. 미켈슨은 러프에서 우드 샷으로 절묘하게 그린에 볼을 올렸지만 1m도 안되는 파퍼트를 놓쳐 어이없는 보기를 범했고, 17번홀에서 보기 1개를 더했다.
듀발도 아쉬움이 남기는 마찬가지였다. 14~ 16번홀의 3연속버디로 글로버에게 1타 차로 따라붙던 듀발은 17번홀에서 1m 짜리 파퍼트가 홀을 돌아나오면서 긴 한숨을 내뱉었다. 2003년부터 120개 대회에 출전해 단 한차례의 '톱 10' 진입도 없었던 듀발은 그나마 6년만의 공동 2위, 그것도 메이저대회라는 사실로 안타까움을 달랬다.
반스가 공동 2위그룹(2언더파 278타)에 합류했고, 전날 이미 전반 9개홀을 마쳤던 우즈는 후반을 이븐파로 마쳐 공동 6위(이븐파 280타)에서 씁쓸하게 우승컵을 바라봐야 했다. '한국군단'은 앤서니 김(24ㆍ한국명 김하진ㆍ나이키골프)이 공동 16위(3오버파 283타), '탱크' 최경주(39ㆍ나이키골프)가 공동 47위(12오버파 292타)에 랭크됐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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