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정치인생 최대의 고비길에 접어들었다.
4.29 재보선 패배로 인해 불거진 당내 쇄신론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
지난 4일 열린 의원연찬회가 사실상 지도부 사퇴와 조기 전당대회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로 변할 정도였다.
당 지도부와 중진, 친박계 의원들의 거센반발로 5일 조기 전당대회론이 한풀 꺽이는 듯하지만, 당 쇄신위를 중심으로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쇄신특위는 이미 당 지도부 사퇴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쇄신특위 활동을 종료하고, 정풍운동에 나설뜻을 밝히고 있다.
이에 한나라당 지도부는 박희태 대표와 거취를 통일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하면서, 박 대표가 사퇴하면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대표로서는 억울한 감이 없지 않다. 원외로 4.29 재보선 선거전을 떠맡아 이끌었으나 역부족이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정국의 희생양이 되는게 아니냐는 동정론이 일고 있는 것.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는 의원들도 "박희태 대표 사퇴는 국민에게 우리를 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다", "재선거 패배 등의 책임이 아닌 화합과 쇄신을 위해 용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화합을 기치로 내세운 박대표에게 바로 그 화합을 위해 자리를 내어달라는 모양새다.
박희태 대표는 "좀더 두고보자"는 신중한 반응이다.
박 대표는 "쉽게 결론을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냐, 지금 우리 당이 승부처를 맞이하고 있고 장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내 조기 전당대회론이 어떤 결론을 도출하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지만 박 대표가 정치력을 회복하긴 이제 힘겨워 보이는 가운데, 다음주가 박 대표의 거취에 고비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전 당 쇄신안의 바람속에 '소이부답'(笑而不答ㆍ웃을 뿐 답하지 않는다)으로 받아넘긴 박 대표가, 이제 태풍으로 변해버린 물음에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혁진 기자 y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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