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전 '종목블랙박스' 코너를 통해 'BDI와 증시 투자전략'을 짚은 적이 있습니다. 벌크선운임지수(BDI·Baltic Dry Index)가 3000선에 육박하면서 해운, 조선 업종이 유망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일 BDI는 전일 대비 11.5% 급등, 4106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보름전엔 2644 정도였는데 그새 50% 이상 더 오른 셈이네요.
22영업일 연속 상승, 지난해 9월25일 이후 8개월만에 첫 4000 돌파 등 많은 기록도 남겼습니다.
BDI의 급등으로 해운주, 조선주는 전일(3일)의 부진한 시황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상승 마감하는 상대적인 강세를 보였습니다. 장중에는 대형종목들이 6% 이상 급등하기도 했었죠.
BDI 4000 돌파는 의미가 꽤 큽니다.
증권업계에서는 3000만 넘어도 해운업종에는 긍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고, 4000을 넘어서면 신규 발주 기대감이 커져 조선주에 대한 전망도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4일은 새벽부터 증권사들의 긍정적인 전망 보고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재천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BDI 급등으로 조선사 벌크선 수주잔고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3000포인트 이상 유지 시 STX조선해양이 가장 큰 수혜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장기적인 BDI 상승세는 장담할 수 없다 하더라도 만약 BDI 선물 2010년 만기물이 3000포인트 이상에서 지속적으로 거래된다면 수주잔고의 벌크선에 대한 선주들의 계약해지, 납기연기, 중도금 연기 같은 계약 변경 요구들을 감소시킬 전망"이라며 "조선사에 긍정적인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송상훈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BDI가 4000을 넘으면 해운사들의 BEP를 넘어선다는 의미로 신규 발주가 가능해 진다"며 "이에 따라 조선사의 수주 가뭄도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는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해운업계에서는 단기간 추가적인 급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시황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현 상황에서는 BDI 지수가 3000에서 4000선을 횡보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한편 전일 관련 종목들의 주가를 잠시 살펴볼까요.
대형 조선주들의 성적은 눈부셨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전일 대비 4.16%, 삼성중공업은 7.95% 껑충 올랐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2.92%, STX조선해양은 4.09%, 한진중공업은 무려 11.71%나 주가가 뛰었네요.
반면 해운주들은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STX팬오션이 0.35% 대한해운 2.78% 한진해운 0.96% 현대상선이 2.44% 정도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사실 해운주는 지난달 말 이후 보통 5거래일 내외 연속으로 주가가 큰 폭 올라 부담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글로벌 금융위기에 실물경제 침체 등 전세계적인 경기 부진으로 투자자들의 실망감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BDI 등 경기 전망을 할 수 있는 주요 지표들이 호전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희망은 점점 커지는 듯 합니다.
단기 급등한 종목들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겠지만, 많은 악재 속에서도 건실하게 버텨내고 있는 기업과 업종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유효'할 것 같습니다.
황상욱 기자 oo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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