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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경호원의 거짓말

시계아이콘02분 33초 소요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은 모두 한 번쯤은 읽어 본 이야기입니다. 평화로운 마을에 늑대가 나타나자 주민들은 한 소년에게 양치기를 맡깁니다. 소년은 어느 날 늑대가 오지 않았는데도 마을 사람들에게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치며 마을 사람들을 속입니다. 소년은 우왕좌왕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고 또 거짓말을 합니다. 여러 번 속은 마을 사람들은 정녕 늑대가 나타났을 때는 소년을 돕지 않습니다. 습관적 거짓말이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입니다.


우리들은 살면서 고의든 아니든 거짓말을 상당히 합니다. 친구들과 약속이 늦었을 때 회사에서 늦게 출발하고서도 서울의 교통난에 책임을 미루고 작은 일들에서 ‘내 탓’을 ‘네 탓’으로 만드는 등 주변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우리는 주위에서 굳이 악의는 없다해도 거짓말로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사람들을 자주 접합니다.

오죽하면 내놓고 거짓말을 해도 되는 만우절이 있겠습니다. 만우절의 유래는 확실치 않으나 고대 로마의 힐라리아 축제와 인도의 홀리 축제와도 매우 유사하고 최초의 기록은 15세기 제프리 초우서가 쓴 ‘수녀와 수도사 이야기’에 나온답니다. 이러한 ‘바보의 날(April fools day)은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기념일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가끔 4월1일자 신문에서 ‘만우절 기사’를 보기도 합니다. 물론 알고 보도하는 기사도 있지만 전혀 모르고 오보 아닌 오보를 낸 국내 신문도 있었습니다. 그 신문은 한 외신기사가 너무 재미있어 만우절이란 인식 없이 지면에 게재하는 우를 범한 것입니다. 또 일본에선 몇 년 전 한 신문이 ‘정부의 산하 연구소에서 사람의 말을 통해 속마음을 알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해 총리가 실험하고 있다’는 장문의 기사를 게재해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사의 말미에는 ‘오늘은 만우절’이라는 짓궂은 애교가 곁들어져 있었습니다. 거짓말로부터 해방된 하루에 일어난 해프닝들입니다.

거짓말에도 여러 형태가 있습니다. 남을 속여 자신의 이익을 얻으려는 전형적인 사기형 거짓말, 자신의 이익과는 관계없이 남을 괴롭히고 해를 끼치려는 악질형 거짓말, 책임이나 잘못을 피하려는 회피형 거짓말 등 그러나 이와 같은 거짓말은 어떤 형태로든 남에게 피해를 주고 때로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돕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도 있습니다. 흔히들 의사가 환자에게 병세를 속여 희망을 주기 위한 거짓말이나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에서 쫓기는 사슴을 숨겨주기 위한 거짓말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타인을 배려하기 위한 소위 ‘하얀 거짓말’입니다.


그러나 선의의 거짓말도 ‘거짓’이라는 도덕적 가치와 상충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도덕규범에는 예외를 둘 수 없으며 선의의 거짓말이라 해도 거짓말을 하다보면 이 또한 습관화되어 악의와 선의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말끝마다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인의 거짓말이 이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마음에서 과장 섞인 공약을 발표하지만 결국에는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쟁이가 되어 버리는, 그래서 국민에게 실망과 좌절을 안겨주는 사람이 돼버립니다.


그러나 거짓말은 대부분 얼마가지 않아 들통이 나고 맙니다. 마음과 유리된 거짓말을 하면 행동이 부자연스러워 질 수밖에 없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폴 에크먼 교수는 저서 ‘거짓말하기’에서 “아무리 당당한 체하는 사람이라도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얼굴에는 24분의 1초라는 짧은 순간 표정의 부자연스러운 변화가 일어난다”며 과장된 웃음이나 놀란 표정, 몸짓과 얼굴 표정의 불일치, 좌우 얼굴 표정의 변화, 심지어는 목소리까지 평상시와 다르게 나타난다고 강조합니다.


쇼펜하우어도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이 갈 때는 그냥 믿는 체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상대는 더욱 대담해져 더욱 심한 거짓말을 해 스스로 정체를 폭로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밝히는 과정에서 오락가락한 경호원의 거짓말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내용이 다릅니다.


이 경호원은 처음엔 “아래 등산로 쪽에 사람이 있어 시선을 돌리는 사이 노 전 대통령이 뛰어 내렸다”고 했고 다음에는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정토원을 들렀다”고 말하고는 정토원 원장에게 전화를 해 말을 맞추기까지 했습니다. 또 다시 진술을 번복해 “노 전 대통령이 정토원에 다녀오라고 지시해 다녀와 보니 보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급기야 어제 경찰 발표에서는 투신한 노 전대통령을 발견한 시간이 틀리는 등 처음부터 이제까지 확실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노 전 대통령 취임 때부터 경호업무를 했다는 나름대로의 경호업무 베테랑 입에서 줄줄이 거짓말이 나오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던 국민장 기간 내내 진술이 오락가락 한 것입니다. 습관적 거짓말쟁이인지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죽음 앞에서도 말을 자꾸 바꾸는 경호원의 저의가 궁금합니다. 이러다 보니 시중에 여러 의혹설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경호원이 당황해서 거짓말을 했다고 하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왠지 석연치 않는 구석이 많습니다. 일반인도 아닌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두고 이러한 혼란이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보다 명쾌한 수사 결과가 나오길 바랍니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습니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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