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돈 걱정에 주름이 펴질날이 없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보디빌딩 챔피언으로, 영화배우로, 정치인으로 40년 넘게 성공가도를 달려온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이번 주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던 적도 없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화요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한 슈워제네거 주지사의 자동차 배기가스 감축 노력 등을 치하했을 때만해도 그는 의기양양했다.
그러나 같은 날 캘리포니아로 돌아온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심각한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상정한 주민발의안이 주민투표에서 부결되는 ‘쓴 맛’을 보아야 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시작되는 새로운 회계연도의 캘리포니아 주 재정적자는 213억 달러로 불어나고 슈워제네거 주지사의 정치력도 타격을 받게 됐다.
이번 법안은 주의회의원과 주정부 공무원 임금 동결, 재정 위기 대비 펀드 조성,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복권기금으로 50억 달러의 대출을 받는 방안, 어린이 기금 프로그램 등을 위한 세금 10억 달러를 일반기금으로 전용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었다. 이 가운데 공무원 임금 동결 방안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안은 주민들의 외면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대대적인 예산삭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빌 라키어 캘리포니아주 재무장관은 “즉각적인 재정지출 삭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FT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그는 “지금 지출을 줄이면 나중에 있을 더 심한 예산 삭감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슈워제너거 주지사도 “우리가 오랫동안 머뭇거릴수록 (재정상태는) 더 악화돼 선택의 여지가 줄어들 것”이라며 “새 예산안에 대한 주의회의 승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캘리포니아주의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핸 민주당과 공화당의 협력도 당부했다.
슈워제너거 주지사가 내놓은 재정적자 해소책은 일반직 공무원 정원의 5%에 해당되는 5000명을 감원하고 교육과 의료 부문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내용으로 이 역시 교육계 등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 주 LA타임스에 따르면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재정난 해소를 위해 로스엔젤레스(LA) 메모리얼 콜로세움과 샌 퀴엔틴 주교도소 등 유서 깊은 건축물을 매물로 내놓는 궁색함까지 보였다.
한편, 라키어 캘리포니아주 재무장관은 지난 주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연방준비은행의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이 서한에서 캘리포니아주가 단기 자금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치안, 교육 등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이트너 장관은 지난 주 뉴스위크지가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캘리포니아주의 재정문제에 대해 “‘구제’하지는 않고 ‘지원’만 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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