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매 급증으로 자산운용사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고 있는 가운데 녹색성장주를 향한 러브콜만은 뜨거운 모습이다. 정부정책 수혜로 그린IT가 부각되며 관련 종목의 보유 비중은 되레 늘리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투신권은 코스피시장에서만 8조5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난 3월을 제외하고는 4개월 연속 평균 2조원 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300선을 돌파한 이후 투신권은 대부분의 종목을 덜어내고 있는 가운데, 효성오앤비, 케이씨아이, 삼성테크윈 등 녹색성장주 및 그린 IT주를 신규 편입시키거나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치투자 전문 운용사로 꼽히는 한국밸류자산운용은 녹색성장주로 주목받고 있는 효성오앤비 주식을 지난달 60만6437주(10.46%) 신규 취득한 데 이어 15일에도 1만4463주(0.25%)를 추가 취득했다.
또한 한국밸류운용은 바이오연료주로 주목받고 있는 케이씨아이 111만2000주를 신규 편입 10.11%의 지분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지난 주 한국밸류운용은 우주일렉트로닉스(0.17%)와 LED관련주인 알에프세미(0.07%) 등의 비중을 늘려 신성장동력주에 올인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 증시 큰손인 미래에셋자산운용도 같은 기간 대부분의 주식을 덜어냈으면서도 삼성테크윈 등 실적이 뒷받침되는 녹색기술주 비중은 오히려 크게 늘렸다. LG화학의 지분을 0.01%포인트 소폭 늘리는 한편 삼성테크윈 지분은 0.8% 포인트 확대했다. 미래에셋은 지난달에도 삼성SDI, SKC, LG화학 등 녹색성장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한 바 있다.
반면 미래에셋은 일주일새 한진중공업(-1.1)을 비롯, 한진(-0.76%), 제일모직(-0.55%), SK케미칼(-0.01%) 등 대부분의 종목의 투자비중을 줄였다. 특히 지난달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엔씨소프트는 두번에 걸쳐 0.6%P 덜어냈다.
증권가 관계자는 "올 들어 밸류에이션 매력과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춘 녹색성장주가 최대 관심으로 떠오른 것이 사실"이라며 "큰손들의 입맛도 변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전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식형펀드로의 신규 자금 유입이 최근 둔화된데다 투신권의 주식형펀드 비중이 이미 97% 이상으로 높아진 만큼 투신권 매도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투신권의 교체 매매 역시 크게 늘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해 투신이 사들이는 종목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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