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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이야기’를 만듭시다

시계아이콘02분 23초 소요

바다를 가로지른 제방을 따라 33㎞,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가 뻗어있는 새만금에 다녀 왔습니다. 조금씩 비가 뿌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새만금의 위용은 대단했습니다. 물막이 공사를 마치고 한창 제방을 다지고 길을 닦는 공사 중이었지만 전망대에서 바라 본 바다를 곧게 나눈 굵은 선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새로 얻어지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달하는 1억2000만평의 활용 계획도 국가 성장의 동력으로 개발되기에 충분했습니다.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농업단지와 위락 레저 시설이 들어서는 등 개발이 마무리되는 10여년 뒤에는 신천지가 펼쳐진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습니다. 웅장하고 우리나라의 미래 보고가 될 새만금 계획을 들으며 내심 뿌듯함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득 새만금에는 개발만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들이 가끔 명소로 이름난 곳을 찾아가면 그곳에는 볼거리도 볼거리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전설이나 소문 등 소위 ‘스토리’가 있고 이 스토리는 그곳을 찾는 이들에게 보는 즐거움 외에 많은 호기심과 감동을 함께 선사했습니다.


모두 아는 이야기입니다만 국토의 25% 정도가 바다보다 낮아 제방이 많은 네덜란드에는 한 소년이 물이 새나오는 제방을 발견하고 밤새 손으로 막아 마을이 물에 잠기는 것을 막았다는 ‘한스 브링카’에 관한 영웅담이 있습니다. 또 이를 기리는 동상도 세워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웅담은 실제 상황이 아니며 140여년 전 미국의 작가 마리 메이프스드지가 쓴 동화로 네덜란드로 전해지면서 실존했던 인물로 덧칠되었고 동화의 상상력이 그 지방의 특성과 결부돼 유용한 관광자원이 된 것입니다. 이야기가 ‘풍차의 나라’를 더 유명한 관광국가로 만들었습니다.

동화 같은 이야기로 명소가 된 곳은 벨기에 브뤼셀에도 있습니다. 폭설 속에서 쓰러져 얼어 죽어가는 아버지를 오줌을 싸서 몸을 녹여 살려냈다는 이야기가 담긴 ‘오줌싸개 소년’이 주인공입니다. 사실인지 증명은 안 되지만 ‘오줌싸개 소년’ 동상을 보러 한 해 700만명의 관광객이 브뤼셀의 광장을 찾아온다니 볼품없는 동상보다는 아버지를 살린 소년의 갸륵한 이야기가 관광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열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감동을 주는 스토리는 무한한 자원이 되고 가장 유용한 홍보 수단이 됩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라고 말하는 스토리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줄거리를 잡아 구사하는 말이나 글로 스토리는 사실일 수도 있고 허구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 가장 오래된 스토리는 우리 주변의 신화가 아닐까 합니다. 신화에는 한 국가와 민족의 기원과 역사에 대한 서술이자 그 시대의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스토리’는 점차 진화해 여러 형태로 발전하고 분화됩니다. 어느 한 분야 스토리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얼마 전 고 정주영 회장의 일화를 담은 광고가 있었습니다.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와 황량한 백사장 사진, 5만분의 1 지도, 유조선 도면을 들고 세계 각국의 선주들을 찾아가 우리는 옛날 거북선을 만든 민족이라고 설명하며 선박 제작을 수주, 오늘날 현대중공업의 기틀을 다졌다는 내용으로 어느 광고보다 국민들에게 많은 여운을 주었습니다. 이는 직접 상품을 판매하고 정보를 주는 이성 광고에서 이미지 위주의 감성 광고로 전환해 유명한 인물의 일화를 이야기로 활용함으로써 제품에 대한, 기업에 대한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상품과 기업의 광고뿐 아니라 인물을 알리는 데에도 활용됩니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조금 알려졌다 싶으면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만듭니다. 보다 더 국민에게 친근하고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이야기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의 한 토막 이야기가 되면서 그 사람 성장사의 단면이 되고 학창시절, 청년이 되어서 등 주변에 자신의 진실을 아는 많은 사람이 있을지언정 국민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소재들로 이야기를 만들어 자신의 목소리로 강조하고 다닙니다. 여기에 작은 상상력까지 동원돼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하면 또 다른 내용과 가치, 심지어는 작은 신화로까지 발전합니다. 이야기가 갖는 힘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입니다. 간혹 국민들은 그가 강조하는 상상력에 갇혀 왜곡된 메시지를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이야기의 힘은 대단합니다. 꼭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한 언론에서 ‘스토리 강국’에 대한 기획기사를 다루었습니다. 스토리산업이 경제성장의 새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롤프 얀센이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예견한 제4의 물결, 문화 창조 상상력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신상품에 이야기를 덧칠하고 광고에 무한한 상상력을 창출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심지어는 식당까지도 이야기를 만들어 손님들의 발길을 재촉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야기는 또 다른 생명력을 잉태합니다.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고 또 갓 생산된 제품을 불티나게 팔리게도 하며 명소를 더욱 유명하게 하기도 합니다. 바다를 대쪽처럼 가른 새만금 방조제를 다녀오면서 그 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그 곳을 찾는 모든 이가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면 찾는 관광객이 더욱 많아지고 그 곳의 명성과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해 봤습니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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