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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여의도 사장님들의 한계

시계아이콘01분 27초 소요

여의도 증권가에 또 한바탕 ‘사퇴 바람’이 불었습니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수 사장과 대우증권 김성태 사장이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상태에서 옷을 벗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분 모두 참여정부 때 임명된 최고경영자(CEO)입니다. 또한 두 분 모두 상층부와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은 각각 우리금융지주와 산업은행을 지주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은행계 지주 증권사 대표들이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난 것과 관련, 항간에선 ‘코드 인사’ 성격이 짙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요, 인사권자는 ‘왜 그만둬야 하는지’에 대해선 묵묵부답이고 ‘누구를 뽑을 것인지’에 대한 설명만 있었습니다. 물론 새로 선임된 수장들도 전임 CEO들처럼 잘 해나갈 것으로 믿습니다. 인사권자가 강조한 것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투자은행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인 얘기지만 투자은행 전문가가 투자은행을 만드는 게 아니란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과 같은 인사문화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투자은행을 만드는 건 물건을 생산하는 것과 다릅니다. CEO들이 주어진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데 어떻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나가겠습니까. 새로 부임하는 CEO마다 “블루오션으로 가자”고 외쳐 대지만 재임 기간이 너무 짧다보니 부서 명칭이나 교체하고 조직도나 바꾸는 등 지엽말단적인 일에만 매달리다 물러나는 게 현실입니다.

책임만 많고 권한은 없다보니 조금이라도 불확실하면 움직이려 하질 않습니다. 투자를 Risk가 아닌 Danger로만 생각하다 보니 글로벌 증권사로 성장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금융투자업의 본질은 위험을 잘 관리해서 대가를 받는 것인데 무조건 위험을 회피하려 하고 있으니 투자은행으로 거듭나기는 요원한 일이지요.


국내 증권사 CEO의 평균 재임기간이 2년5개월 안팎에 불과한 반면 미국 대형증권사 CEO의 재임기간은 8년이나 됩니다. 신년사 2번만 하면 회사를 떠나야 하는 ‘떠돌이 사장님’들이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LG경제연구원이 국내 상장사를 대상으로 CEO재임기간과 경영성과를 조사한 결과 재임기간이 1년이 안 되는 기업의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6.0%, 10년 미만인 곳은 4.5%, 20년 미만은 2.9%, 20년 이상인 곳은 6.4%로 재임기간과 실적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EO 재임기간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임기가 어느 정도 보장돼야 장기 전략을 세우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능력 있는 전문 경영인에게 상당 기간 전권을 주고 지속적인 혁신을 추진토록 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기업의 인사문화이겠지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증권사로 도약하려면 자본 확충도, 인재양성도, 정부지원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인사문화가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코드’와 ‘끈’이 지배하는 문화에서는 고객 돈으로 먹고 사는 고만고만한 증권사밖에 될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미래에셋증권이 동남아 시장에서나마 두각을 보이는 건 인사문화가 뒷받침되기 때문입니다.


비단 증권사뿐만 아닙니다. 투명성을 가장한 불합리한 인사의 법칙이 깨질 때 우리 사회는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코노믹리뷰 강혁 편집국장 kh@ermedia.ne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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