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랠리 조정 가능성, 경기 바닥 기대감 확인할 듯.."1200원선 하락, 너무 빠르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들어 1200원대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주 8일에는 1247.00원으로 1250원선을 뚫고 내려가면서 7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경신하기도 했다.
이번주에도 환율의 이같은 하향 추세가 지속될 수 있을까.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다음 지지선이 1200원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한편 하향 속도 조절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이 1200원선에 근접하더라도 기술적 반등 가능성이 남아있는 데다 당국의 개입 가능성도 예측되고 있는 상태다. 아울러 그동안 랠리를 이어온 증시도 점차 조정의 기미를 보이는 만큼 환율의 급격한 하락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주말 뉴욕증시는 경기 바닥 기대감이 커지면서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미국의 일자리 감소 규모가 6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낸데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발표 이후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도 한풀 가라앉은 양상이다.
역외 원·달러 환율도 1230원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뉴욕증시 강세에도 하락을 지속해 장중 저점 1231.00원, 고점 1246.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가 '-1.0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전일 현물환 종가 대비 14.5원이나 내린 셈이다.
다음주 원·달러 환율은 시장참가자들의 경기 바닥 탈출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감 해소 여부를 반영하는 테스트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엔 환율마저 1200원대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어 환율이 이같은 추세를 지속할 경우 최근까지와는 반대로 원화가치 절상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를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일단 뉴욕증시가 상승 랠리를 지속하고 역외 환율이 하락한 점은 다음주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 가능성을 보다 높여주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하나 둘씩 가시화돼 가는 과정에서 악재에 대한 내성을 기른 시장참가자들의 심리 또한 안정적이다.
다만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원·달러 환율이 이대로 1200원선까지 곤두박질 칠 경우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무역, 경상수지 악화를 우려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국의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1250원선 아래에서는 당국이 환율 급락에 대한 조정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음주 환율에 영향을 줄 만큼 굵직한 이벤트가 없다는 점도 환율의 속도 조절 가능성을 보여준다. 오히려 1200원선에서 저점 매수, 결제 수요 유입으로 다시 1200원대 중반으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기가 바닥을 탈출했다는 뚜렷한 사인이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증시 방향성만 믿고 따라가는 것도 위험부담이 남아있는 상태다.
원종현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전히 원·달러 환율은 지난 해 평균환율인 1100원선에 비해 높은 수준인데다 여전히 미국 금융부문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예전수준으로의 환율 회복은 다소의 진통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 연구원은 "원화는 지난달 8일 기준으로 7.2%가 평가절상 되면서 최근 한달간 빠른 환율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다시 환율 하락속도에 대한 관리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환율의 하락세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환율 급락에 따른 수출 경쟁력 희석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역시 5월 전망보고서에서 "월말 환율 급락이 네고 물량에 기반해 각종 악재는 무시한 채 호재에만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기술적 요인들이 맞물리며 빚어진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할 가능성도 염두해 둬야 한다"며 "추가하락을 위해서는 아직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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