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에 알리지도 않고 언론 통해 1차 압박
2차 요구에도 盧 재차 거부
확실한 증거 확보 못했을 가능성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되다 무산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대질신문 여파의 불똥이 검찰로 튀고 있다.
이는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한 지난달 30일 낮부터 박 회장을 대검찰청 청사에서 대기시킨 것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특히 검찰의 노 전 대통령 거부로 대질신문이 성사되지 못했다는 공식 발표에 대해 노 전 대통령측 변호인인 문재인 변호사가 "박 회장도 원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겉잡을 수 없이 확전되는 양상이다.
게다가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대질신문 의향을 물어보기도 전에 언론에 먼저 박 회장의 검찰청 내 대기 사실과 구체적인 시간까지 거론하며 마치 대질신문이 이뤄지는 것처럼 알린 것도 대질신문 논란을 한층 꼬이게 만들었다.
검찰은노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를 끝낸 새벽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시간이 늦었다는 이유로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과의 대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30일 오후 3시부터 대검찰청 청사 내에서 대기중이었다.
하지만 문 변호사가 이날 아침 "조사실에서 박 회장을 만났는데 박 회장도 대질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며 "그런 대화 내용이 조서에도 기재돼 있다"고 반박, 대질신문 논란은 본격화됐다.
문 변호사의 발언은 박 회장도 대질신문 의사가 없었는데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일방적 거부로 대질신문이 무산된 것처럼 밝혀 노 전 대통령이 수사에 비협조적일뿐 아니라 대질신문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것처럼 비춰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양측간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반변 박 회장의 변호인인 공창희 변호사와 검찰은 문 변호사의 발언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 변호사는 "박 회장이 대질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고, 검찰 관계자 역시 이날 오후 "대질이 불발된 후 박 회장에게서 '대질을 원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 거부했다'는 사실확인서를 받아뒀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의 대질신문은 노 전 대통령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회심의 카드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논란 자체가 검찰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대질신문 논란에서 또 한 가지 석연치 않은 부분은 바로 검찰의 태도.
검찰은 '盧-朴' 대질신문 일정이 확정되기도 전에 30일 오후 10시 브리핑에서 같은 날 오후 11시에 대질신문을 진행할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조사하던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브리핑에서 "오후 11시부터 대질을 할 계획"이라면서도 "노 전 대통령에게는 아직 의사를 물어보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또 " 대질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연스럽게 노 전 대통령이 거부한 게 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은 "적절히 하겠다"는 검찰답지 않은 답변만 내놨다.
결국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측의 사전 동의 없이 검찰이 추진했던 대질신문은 불발로 끝났다.
검찰은 브리핑이 끝난 직후 '대질 여부를 협의중'이라며 한 발 물러섰고, 오후 11시30분께는 노 전 대통령의 거부로 대질이 성사되지 않은 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끝났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대질신문에 대해 거절하자 한 차례 더 요구했지만 역시 거절당했다.
하지만 검찰은 박 회장이 오래 기다렸다며 얼굴만이라도 보도록 주선, 결국 두 사람을 대면은 성사됐다.
일각에서는이를 두고 검찰이 어떻게든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의 대면시켜 노 전 대통령 표정, 단어 하나 등에서 심리상태 등 심증이라도 파악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한 검찰의 이 같은 행보는 여전히 박 회장의 진술 외에는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 당일) 오전부터 대질 여부가 계속 거론됐고 노 전 대통령이 귀가한 후에나 브리핑이 예상돼 (미리) 오후 11시쯤 한다고 얘기한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 측에 미리 의사를 묻지 않은 것은 특별히 이해가 안갈 것은 아니고 당사자가 거부하면 못하는 것이지 의혹이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