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입증 자신 불구 盧 입장 변화 이끌어내지 못해
회심의 카드 '朴과의 대질신문'도 실패..'예우'가 뭐길래
결국 법정싸움..檢 결정적 증거 제시 못하면 불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가 지난달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해 9시간여 동안 조사를 벌이면서 각종 의혹에 대한 진실을 어느 정도 규명했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당초부터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포괄적 뇌물수수혐의' 적용을 자신해왔다.
그러나 장시간 조사에도 불구하고 혐의를 부인하는 노 전 대통령의 입장을 바꾸지 못했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의 대질신문도 무산되면서 검찰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혐의 부인 '盧' 입장 바꾸지 못해 = 1일 검찰 등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이번 소환조사에서 검찰의 질문에 주로 '맞다', '아니다', '기억이 없다'는 식의 답변을 통해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묵비권이나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았지만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넨 500만달러와 100만달러,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대통령 특별활동비를 횡령해 조성한 차명비자금 12억5000만원 등에 대해 '몰랐다', '퇴임 후에 알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
검찰은 언론에도 공개되지 않은 서류들을 제시하며 압박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검찰 안팎에서 우려했던 박 회장의 진술에만 의존한 조사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다.
◆회심의 카드 '대질신문'도 불발 = 검찰이 회심의 카드로 준비했던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간 대질신문도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대질신문 요구에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검찰이 한 차례 더 대질신문을 요청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입장은 단호했다.
대질 신문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진술의 헛점을 파고들려 했던 검찰의 계획이 한 순간에 수포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이 약 10시간을 기다렸다"며 대면을 재차 요청하는 검찰의 요구에 결국 응했지만 불과 1분 동안 짧은 인사가 전부였다.
검찰이 그렇게 강조했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라는 덫에 검찰 스스로가 걸린 셈이다.
◆법정서 결정적 단서 제시 부담만 =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조사가 끝난 후 "대질신문이 이뤄지지 않아 미흡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며 "(혐의 입증이)충분히 됐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진술을 번복시키지 못했을뿐 아니라 박 회장의 진술 외엔 별다른 '카드'가 없다는 것을 인정한 꼴이 됐다.
검찰은 이에 따라 법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검찰이 법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노 전 대통령이 돈이 오간 사실을 알았다는 수준을 넘어 직ㆍ간접적으로 돈을 요구했다는 점을 밝혀내야 한다는 게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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