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개선, 추가 상승의 모멘텀 or 조정의 빌미
잘 나가던 코스피 지수의 행진에 삼성전자가 제동을 걸었다.
지난주 코스피 지수는 연중 최고점을 경신하기도 하는 등 미미하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온 가운데 지난 금요일 삼성전자의 실적발표 이후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당초 증권가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개선된 성적표를 내놓았지만, 그동안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선반영하며 주가가 많이 올라선 탓에 이번 실적발표가 오히려 차익실현의 신호탄으로 작용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한 주 역시 조정을 마친 코스피 지수가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에 힘입어 증시 상승의 또다른 출발점이 될 지 아니면 조정의 빌미가 될지 중요한 변곡점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일단 중요한 변곡점에 놓여있다는 것은 그만큼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한다는 측면은 분명히 긍정적인 게 사실이지만 그동안 주가 상승의 가장 큰 원동력이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추가적으로 지수를 이끌어나갈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지난 주 증시에서 확인했듯이 시장에 진입을 노리고 있는 대기 매수세가 워낙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만큼 출렁거림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이승우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의 시장 체온 정도는 충분히 유지시켜주면서 추가 상승을 시도하는 흐름은 가능할 전망"이라며 "1분기 국내외 어닝 시즌은 주로 피크를 지났고 최근 매크로 지표의 영향력도 감소한 상태인만큼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좀 더 차분해질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주 이벤트가 많이 예정돼있는 만큼 의외의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주 28~29일에는 연준리의 FOMC 회의도 예정돼있는데 제로금리의 유지 속에서 경기에 대한 판단이나 정책지원 여부가 주목된다"며 "다음주 예정돼있는 19개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발표를 앞두고 시장에서 여러가지 논란이 많이 전개되고 있고, 금융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재차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실물경제로 위기가 번진 상황에서 위기의 대표주자격인 자동차 업계 문제도 정부가 크라이슬러에 허용한 유예기한인 30일이 다가옴에 따라 시장의 긴장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김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외국인의 매수세에 대해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 역시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3월 이후 4조6000억원이 넘는 매수세를 나타내면서 대규모 기관 매도세를 막아내는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매수강도가 일시적으로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주호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소한 3월에는 외국인 매수 자금의 성격이 장기투자보다는 조세회피지역 중심의 단기 자금 성격이 강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외국인 매매와 미국 등 글로벌 증시의 상관관계를 볼 때 해외증시의 조정 여부에 따라 매수강도가 일시적으로 약화될 수 있음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월 후반에 접어들면서 여타 주요증시들은 급등에 따른 부담 속에서 상승탄력이 둔화되며 숨을 고르는 모습이 나타났지만 유독 국내증시만 유일하게 상승세를 지속하는 등 강한 모습을 보였던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기업들의 펀더멘털이나 글로벌 경쟁력이 우월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주가가 이렇게 강세를 보인다고 풀이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부담감을 안고 올라가는 코스피 지수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건이며 남은 과제이기도 하다.
한편 이번 한 주도 적지 않은 경제지표 발표가 예정돼있다.
먼저 28~29일에는 FOMC 회의가 예정돼있는 가운데 현 경기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여부가 주목된다. 국내의 경우 27~30일에는 기업경기실사지수가 발표되고 28~30일에는 경상수지 및 상품수지 발표가 있다. 30일에는 산업생산 및 경기종합선행지수의 발표도 예정돼있다.
5월1일에는 국내증시가 휴장하는 가운데 대외무역수지 및 소비자 물가지수가 발표된다.
굵직굵직한 국내외 기업의 실적발표도 예정돼있다. 먼저 27일의 경우 국내에서는 대구은행과 LG텔레콤, LG화학의 실적발표가 예정돼있으며 미국 퀄컴의 실적도 발표된다. 28일에는 동부화재, 29일에는 스타벅스와 타임워너의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고, 30일에는 SK텔레콤과 현대제철, 우리금융, KB금융, 한국타이어가 실적을 발표하며, 미국에서는 엑슨모빌과 켈로그, 메트라이프, 모토로라, P&G가 실적을 발표한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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