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본인 진술이 제일 중요한 게 아닌가?"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박연차 구명 로비'를 위해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통화해 청탁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청탁 대상이었던 이 의원에게는 사실 관계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추 전 비서관의 진술과 통화 내역에 의존해 수사를 결론 지어 정권 핵심에 약한 검찰의 모습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홍만표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10일 수사브리핑에서 "추 전 비서관을 기소했다"며 운을 뗀 뒤 "(추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서 2억원을 받은 시점인) 지난해 8월 하순부터 올해 2월까지 총 2250건 통화내역을 확인한 결과 이 의원과의 통화내역은 없었다"고 밝혔다.
홍 기획관은 그러나 "추 전 비서관이 지난해 9월17일∼10월23일 보좌관인 박모씨를 통해 이 의원과 1~2차례 직접 통화했다"며 "태광실업 세무 조사 무마를 청탁 했는데 거절당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의원이 추 전 비서관의 청탁을 거절했기 때문에 이 의원의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향후에도 소환 조사할 계획이 없음을 내비쳤다.
홍 기획관은 추 전 비서관이 이 의원에게 전화한 것을 이 의원을 통해 직접 확인 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직접 확인을 안 했다"고 밝혔다. "본인 진술과 통화 내역으로 확인했다. 본인 진술이 제일 중요한 게 아닌가?"며 오히려 되물었다.
홍 기획관은 이 의원과 추 전 비서관이 입을 맞췄을 가능성이 없냐는 질문에는 "말 맞출 가능성은 별로"라며 말을 흐린 뒤 "추 전 비서관의 진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이 추 전 비서관의 청탁을 받고 실제로 국세청이나 검찰 고위관계자 등에게 청탁했다면 박 회장이나 박 회장의 측근인 정승영 정산개발 대표에게 얘기를 해줬을텐데 이런 정황은 없다고 홍 기획관은 설명했다.
이어 홍 기획관은 "현재로서는 이 의원을 조사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추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받은)2억원의 사용처도 밝혀졌고 통화내역도 한 두번 있는데 다 거절당했다"며 이 의원을 향후 조사할 계획이 없음을 내비쳤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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