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채 말없이 집을 나가 출산까지 한 외국인 아내와 이를 방치하고 관심을 두지 않은 한국인 남편 가운데 혼인 파탄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법원은 아내 손을 들어줬다.
9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중국인 여성 A씨와 한국인 남성 B씨는 지난 2004년 혼인 신고를 마치고 한국에서 동거를 시작했으나 의사소통 문제, 문화적 차이 등으로 갈등을 겪었다.
약 2년 뒤인 2006년 말 A씨는 동생 사망 소식을 듣고 B씨에게 알리지 않은 채 중국으로 떠났는데, 2007년 초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친구 집에 살며 B씨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A씨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친지가 있는 홍콩으로 가서 출산한 뒤 "홍콩에서 출생 신고를 하려는데 아버지 친필 서명이 필요하다"며 B씨를 불렀다.
연락을 받은 B씨는 곧장 출국해 신고 업무를 마치고 다음날 바로 귀국했으며 며칠 뒤 A씨도 한국을 찾았으나 또다시 친구 집에 거처를 정하고 근처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얼마 뒤 A씨는 B씨에게 자신의 거처를 알리며 연락하고 지낼 것을 제안했으나 B씨는 이를 무시한 채 연락을 받지 않았고 A씨를 만나려 하지도 않았다.
자신의 연락을 계속 피하던 B씨가 2008년 초 "2년 전부터 A씨와 연락이 완전히 두절됐다"고 주장하며 이혼 소송을 제기하자 A씨는 곧바로 맞소송을 냈다.
법원은 혼인 파탄의 근본적 책임이 B씨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가사부(재판장 안영길 부장판사)는 "한국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A씨를 배려하지 않고 A씨가 아이를 낳은 뒤에도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300만원과 함께 2027년 8월11일 까지 매월 40만원씩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A씨가 출산 후 연락을 재개하려 노력했음에도 B씨가 연락을 피하다가 '연락이 두절됐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관계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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