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공이 골대의 링을 빙글빙글 두어 차례 돌다 그물망 속으로 쏙 들어갑니다. 손에 들고 있던 풍선을 놓쳐 하늘로 올려 보낸 뒤 울고 있는 아이에게 풍선 크기보다 더 큰 솜사탕이 쥐어집니다. 또 비 오는 골목길에서 한 여성이 자신이 들고 있던 우산을 접고 꽃미남의 우산 속으로 주저없이 뛰어듭니다. 한 정보통신업체의 텔레비전 광고입니다. 생각하면 생각한대로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뛰어난 조각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눈에 비친 현실의 여자들이 모두 결점 투성이라 생각하여 평생을 독신으로 살기로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상아로 아름다운 여인 조각상을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만들어 놓고 보아도 너무나 정교하고 아름다운 여인상이었습니다. 그는 이 여인상을 깊이 사랑하게 되었고 고운 옷도 입히고 조개껍질과 구슬 장식을 달아주며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다루듯 소중하게 보살핍니다.
감히 조각상을 사람으로 바꿔달라는 소원을 말할 수 없었던 그는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그 조각상 같은 여인을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러던 중 키프로스 섬에서 사랑의 여신 축제가 열리자 그는 축제 제단 앞에 나가 저 조각 같은 여신을 저에게 달라고 기도를 올립니다. 아프로디테 여신은 그의 간절하고 진실한 기도에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상아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 넣습니다. 이제 조각상의 입에서는 온기가 나오고 손에선 체온이 느껴집니다. 이 여인이 바로 갈라테이아이며 간절히 기도한 조각가는 키프로스의 왕인 피그말리온 이었습니다. 자신이 꿈에 그리던 것이 기적 같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 같이 생각한대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마법 같은 주문이 아니며 간절히 원하면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이 모두 같은 곳으로 향하게 되며 운명 역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옛말이나 지금의 ‘생각대로’ 광고 역시 ‘피그말리온 효과’를 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교육현장에서도 널리 활용되는데 ‘로젠탈 효과’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유명한 심리학자인 로젠탈과 자콥슨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무작위로 선발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합니다. 학기 초 담임선생님에게 선발된 4명의 학생은 월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줍니다. 몇 개월이 지나 평가한 결과 선발된 4명의 성적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훨씬 좋은 결과를 나타냅니다. 깊은 신뢰와 기대가 그들에게 전해져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같은 믿음과 기다림은 칭찬과 긍정적 사고로 이어져 엄청난 효과를 나타냅니다. 우리 생활에서도 밝은 생각과 긍정적 마음을 가지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은 불안과 걱정, 괜한 우려가 대부분입니다. 늘 머릿속이 복잡하고 잡다한 것들로 채워져 있어 새로운 것이 들어 올 여백이 없습니다.
영국의 존 메이저 전 총리는 아주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답니다. 열여섯 살 때 학교를 중퇴한 그는 가정을 부양하기 위해 노동현장에 뛰어듭니다. 어려운 생활을 극복하고 총리가 된 후 고난극복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희망과 긍정적 사고를 강조합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비관적인 생각을 갖지 않았다. 항상 희망을 갖고 일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없어진다. 하늘은 표정이 밝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에게 복을 내려준다”는 존 메이저 전 총리의 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자기가 한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자기가 성공한 모습을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보는 연습을 해보라고 권합니다. 당당한 자신의 모습을 가슴속에 담고 수시로 상상하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바라는 모습에 대한 집중과 긍정적인 암시는 자신의 이미지에 놀랄만한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경영 전도사 피터 드러커 박사도 “미래에 관해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정책은 미래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리더는 자신이 조직에 끼칠 결과를 예측하고 올바른 길로 일반 대중을 끌어가야 하며 내일에 대한 예지력과 긍정적 상상 속에 미래에 대한 신뢰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어려울수록 긍정적인 사고와 기대를 가져야 합니다. 모두가 갈수록 팍팍해진다고 하는데 최근 월드베이스볼(WBC) 대회 소식은 우리에게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모두 꺼려했던 한국 대표팀 감독 자리를 떠밀리듯 맡고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는 김인식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그 중 바탕이 되는 것은 선수들에 대한 믿음과 긍정적인 기대가 아닌가 합니다. 메이저리거가 즐비한 베네수엘라와의 경기에서 이제껏 부진했던 우리 대표팀 유일한 메이저리거인 추신수 선수는 보기 좋게 3점 홈런을 날립니다. 그는 자신을 믿어 준 감독께 감사할 뿐이라고 소감을 밝힙니다.
오늘 우리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5번째 만나는 일본과 대망의 결승전을 치릅니다. 이제까지 해왔듯 우리 선수들이 잘 싸우리라 믿습니다. 긍정적인 사고와 기대는 생각한대로 결과를 이끈다고 했습니다. 그들을 믿고 국민 모두가 한 마음으로 칭찬과 기도를 하면 어떨까요. ‘피그말리온의 기도’처럼 우리의 마음이 전해져 우승의 낭보가 날아 오길 고대합니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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