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적대적 인수ㆍ합병(M&A) 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있어 코스닥 상장사가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부 상장사는 대표적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쓰이는 '황금낙하산' 조항을 삭제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한편 이사 수의 상한선을 정관으로 규정하는 회사도 눈에 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법인 만인에미디어는 오는 20일 제20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을 포함한 6건의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특히 초다수결의 요건과 황금낙하산 제도를 없애는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 점이 특징이다. 적대적 M&A 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하는 조항을 정관에서 빼겠다는 것.
일반적으로 황금낙하산은 적대적 M&A로 인해 퇴임하는 이사에게 거액의 퇴직금과 잔여 임기 동안의 보수 등을 지급도록 정관에 규정함으로써 기업의 인수 비용을 높이는 적대적 M&A 방어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만인에미디어는 이사가 임기 중 적대적 M&A로 인해 실직할 경우 통상적인 퇴직금 이외에 퇴직 보상액으로 대표이사에게 20억원, 이사에게 10억원을 지급한다는 조항을 삭제할 방침이다.
초다수결의도 마찬가지. 쉽게 말해 M&A 관련 주총 결의는 평상시보다 많은 찬성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만인에미디어는 관계 법령의 규정에 따라 특별 결의 사항 중 상대방의 적대적 기업 매수를 목적으로 이사 및 감사를 해임하는 사항, 적대적 기업 매수를 목적으로 정관을 변경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5분의 4와 발행주식 총수의 5분의 4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는 초다수결의 조항을 없애기로 했다.
만인에미디어 최대주주인 소리바다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자본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는 판단 하에 타 상장사와 같은 표준 정관을 도입키로 했다"며 "계열사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향후 제휴사와의 펀딩 등에 불리한 독소 조항을 제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네코과 베리앤모어는 이사의 수를 제한키로 했다.
이사와 감사 수의 상한선을 두는 것으로 적대적 M&A 세력이 일시에 이사회를 장악하는 것을 저지하는 효과를 낳는다.
르네코는 이사 수를 3명 이상 5명 이내로 정했으며 감사의 수도 1명 이상 2명 이내로 제한한다. 베리앤모어도 이사 수를 3명 이상 8명 이내로 제한키로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무분별한 적대적 M&A를 막기 위해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상장사가 경영권 방어 조항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반대 행보를 보이는 곳의 경우 경영권 방어에 확신이 있거나 M&A 가능성을 오히려 열어둔 셈"이라고 진단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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