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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미네르바'가 남긴 것

말한마디에 휘둘린 정부.. 정책 소통 부재의 자화상

여의도는 여의도공원을 사이에 두고 증권가가 들어찬 동여의도와 국회와 정당이 있는 서여의도로 구분됩니다.
 
기축년(己丑年), 동여의도는 연일 지속된 증시 급등에 미소 띈 얼굴을 보인 반면 서여의도는 국회 파행으로 육탄전 등이 벌어지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랬던 여의도가 '인터넷 대통령' 미네르바로 알려진 박씨의 체포 소식에 다함께 미네르바에 대한 처벌이 옳지 못하다며 검찰을 비난합니다. 네티즌들 역시 검찰의 처사가 옳지 못하다며 이들과 동조화중입니다. 미네르바에 대한 탄압은 여론 통제라는 것이 이들의 지적입니다.
 
미네르바는 작년 하반기 신드롬을 일으키며 인터넷에 등장해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비관론과 정부 정책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밝힌 미네르바의 실체를 듣고나니 뒷통수를 얻어 맞은 느낌입니다. 그의 주장이 과장됐다는 생각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공식 발표보다는 그의 말에 더 솔깃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어쩌면 사상유례없는 전세계 금융위기 상황 속에서 나온 불안 심리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인터넷이 자유로운 소통을 강조하는 공간이기는 하나 어느 한 개인의 인기몰이 공간으로 악용되는 것 역시 곤란합니다.
 
정부 역시 반성의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정책에 대한 미네르바의 거친 독설과 감상적인 말투에 정부당국은 그간 적잖이 속앓이를 해온 게 사실입니다. 대내외 온갖 눈치를 보면서 치솟는 환율을 방어하기에 급급했던 당국자들에게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눈엣가시였습니다.
 
때문에 검찰이 뒤늦게 미네르바를 긴급 체포한 것은 이 같은 감정적 앙금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는 것이 세간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진짜라면 정말 문제입니다. 정부가 국민 통제를 위해 자유로운 국민들의 의사 표현을 강제한다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국민들이 왜 정부의 정책 자료보다 미네르바의 말에 더 귀 기울였는지 되짚어봐야 합니다. 단순한 자료 생산자가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해석되고 정리된 미래지향적 자료를 국민들은 원합니다.
 
지난해부터 현실화된 글로벌 금융 위기상황에 뒤늦게 최근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긴급 작전을 짜고 구조조정이라는 칼날을 빼들고 나선 정부가 향후 한판싸움을 어떻게 벌일지 벌써 우려스럽습니다.
 
대한민국은 대체 어디로 향하는걸까요.

이경탑 기자 hangang@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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