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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이중고' 시름

-장급락에 CB·BW 전환가액·행사가액 하향

상장기업들이 주가 급락에 이어 물량부담 증가의 악순환 고리에 빠져들 위기에 처했다.

상장기업들이 전환사채(CB)ㆍ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행사가액을 하향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CB와 BW의 주식전환ㆍ행사가격 하향조정은 주식의 물량부담을 증가시켜 다시 주가를 추가 하락시킬 가능성이 높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6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배명금속은 지난달 19일 1회차 BW의 신주인수권 행사가를 1270원에서 96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1회차 BW의 신주인수권 행사가 가능한 배명금속 주식수는 153만4646주에서 182만2393주로 늘어나게 됐다. 배명금속은 지난 9월29일에도 1회차 BW의 신주인수권 행사가를 1350원에서 1140원으로 조정했다.

영창실업도 19일 12회차 CB의 전환가를 1440원에서 1390원으로 낮췄다. 또한 14회차 BW의 신주인수권 전환가도 730원에서 705원으로 낮췄다.

이처럼 상장사들이 앞 다퉈 전환ㆍ행사가액 조정에 나서는 이유는 자금조달을 위해 BW나 CB발행에 나섰던 업체의 주가가 전환가액과 권리행사가액을 크게 밑돌고 있기 때문. 주가가 계속 하락할 경우 CB, BW보유자들은 신주인수 권리나 주식전환 권리를 포기하고 약정된 금리로 사채 현금화를 요구하게 된다. 이에 기업은 상환의무 부담에 이중고를 겪게 된다. 발행 상장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발행·전환가액을 낮출 수밖에 없는 것.

지난해 사명을 바꾸는 한편 태양광과 에너지사업을 시작한 에스피코프도 지난달 23일 BW 행사가를 1850원에서 1295원으로 조정했다. 에스피코프는 22일에도 CB 전환가를 2050원에서 1260원으로 대폭 낮췄다.

업체 측은 물량부담과 경영권 악화 우려에 대해 애써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배명금속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대주주가 워낙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고 물량부담이 없다"고 딱 잘랐다.

영창실업 관계자도 "CB든 BW든 남아있는 물량이 많지 않고, 경영권이 위태위태할 정도로 지분이 많이 나올 것은 아니다"라며 "유상증자를 하는 가격이 시가보다 하락해 거기에 맞춰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환가액과 행사가액 하향 조정은 기존 주주의 피해로 연결되는 만큼 투자유의가 요구된다는 게 업계 증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신정관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전환가격이나 행사가격을 조정할 경우 CBㆍBW 투자자들의 주식전환물량이 많아져 주가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희석효과'가 나타난다"며 "이들 종목의 주가가 반등할 경우 주식 전환이나 신주인수권 행사가 뒤따를 것으로 보여 투자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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