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영기자
금융당국이 지난해 6·27 대책으로 신규 갭투자를 봉쇄한 데 이어, 이미 전세보증금이나 대출을 활용해 주택을 매입한 뒤 다른 곳에 거주하는 '비거주 1주택 갭투자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투기적 비거주 1주택자'까지 규제 타깃으로 지목하면서, 규제 범위가 다주택자를 넘어 1주택 갭투자자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정부가 금액·지역 등을 기준으로 '투기' 범위를 구체화한 뒤, 갭투자 자금줄을 본격적으로 조이는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갭투자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 제한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세입자의 전세대출 심사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투기적 성격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신규 갭투자는 6·27 대책으로 차단됐지만, 기존 갭투자자에 대해서는 별도 조치가 없었던 만큼 제도 보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전세 보증금이나 대출을 레버리지로 활용한 주택 매입이 상급지로의 연쇄 이동을 유발해 가격 상승 압력을 키웠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6·27 대책을 통해 신규 갭투자 통로를 막았다.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6개월 이내 전입 의무를 부과했고, 집주인이 바뀌는 것을 전제로 한 임차인의 전세대출도 금지했다. 이후 10·15 대책에서는 서울 전역에 주택 매수 시 2년간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면서 신규 갭투자는 사실상 봉쇄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6·27 대책 이전에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주택을 매입한 기존 갭투자자들은 그간 직접적인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금융당국은 이들이 실거주하지 않은 채 주택을 보유하는 구조가 자산 증식에 불리해지도록 추가 관리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정부가 투기적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제·금융 규제 마련에 착수하면서,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내놓을 규제 카드를 놓고 다양한 전망이 제기된다.
우선 예상되는 방안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규제 강화다. 현재 서울·수도권 등 규제지역에서 1주택자는 다른 집을 임차할 경우 전세대출을 최대 2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집값 수준이나 지역 등 일정 기준을 마련해 '투기적 비거주 1주택자'로 분류할 경우, 이들의 전세대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한층 엄격히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10·15 대책에 따라 현재 규제지역 내 1주택자는 주담대 원리금뿐 아니라 전세대출 이자 상환액도 DSR(40%) 산정에 포함된다. 향후 이를 전세대출 원금까지 반영하거나, 적용 비율을 차등화하는 방식이 논의될 가능성도 예상된다.
아울러 6·27 대책의 신규 갭투자 차단 기조를 기존 갭투자자에게 확대 적용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비거주 1주택자가 보유한 주택과 관련해 이미 실행된 세입자 전세대출의 만기 연장 시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점쳐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가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방식은 당국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정책 부담이 덜할 것"이라며 "전세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해 금액·지역에 따라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거주 여부만을 기준으로 일률적 규제를 적용할 경우 근무지 이전이나 자녀 교육, 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로 거주지를 옮긴 사례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예외 기준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권 관계자들을 소집해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대출 규제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다주택자 대출 만기 연장 제한과 함께 비거주 1주택자 관련 대출 규제 강화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주거용 임대사업자 대출뿐 아니라, 상가·오피스를 소유한 비주거용 임대사업자 대출에 대해서도 만기 연장 제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