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화기자
만성 통증의 강도를 환자 개개인의 뇌 영상으로 정량화하는 길이 열렸다. 공통된 통증 신호를 찾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환자마다 다른 '뇌 지문'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통증 세기를 예측한 첫 사례다. 개인 맞춤형 정밀 진단과 치료 전략 수립에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우충완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부연구단장(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부교수)과 조성근 충남대학교 교수 공동연구팀은 만성 통증 환자 개인의 고유한 뇌 기능 패턴을 분석해 환자가 느끼는 통증 강도를 뇌 영상만으로 정밀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뇌 영상 기반 만성 통증 마커의 뇌 영역별 중요도. 각 영역의 색은 해당 영역을 제외했을 때 예측 정확도가 얼마나 감소하는지를 반영한 중요도 값이다. 중요도가 가장 높은 5개 영역을 별도로 표시했으며, 이 핵심 영역은 참가자마다 서로 달랐다. 연구팀 제공
만성 통증은 성인 5명 중 1명이 겪는 흔한 질환이지만, 혈압·체온처럼 객관적으로 측정할 지표가 없어 진단과 치료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외부 자극 없이도 발생하는 특성상 검사에서 '정상' 소견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근본 치료보다 증상 완화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연구팀은 전신에 광범위한 통증이 지속되는 '섬유근육통' 환자를 대상으로 수개월간 반복 기능자기공명영상(fMRI)을 촬영했다. fMRI는 뇌 혈류 변화를 통해 활성화 영역을 측정하는 장비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AI 기계학습으로 분석해 환자별 '뇌기능 커넥톰(뇌 연결망 지도)'을 도출했다.
그 결과, 새로 개발한 바이오마커는 환자가 수개월간 겪은 통증 강도의 변화를 뇌 영상 정보만으로 높은 정확도로 예측했다. 특히 한 환자에게서 찾은 통증 패턴은 다른 환자에게 적용되지 않았다. 통증 반응이 지문처럼 개인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연구팀은 집단 평균이 아닌 '한 사람에게서 충분한 데이터를 반복 수집'하는 전략을 택했다. 촬영 횟수가 4~5회를 넘어서자 예측 정확도가 크게 향상됐으며, 이는 개인 맞춤형 접근의 효과를 보여준다.
우충완 IBS 부연구단장은 "보이지 않는 만성 통증을 뇌 영상으로 비교적 객관화하고 수치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환자 맞춤형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정밀 의료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제1저자인 이재중 박사후연구원은 "환자마다 통증과 연관된 뇌 연결망이 고유하게 나타난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임상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뇌 기반 정밀 진단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지난달 26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