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희기자
이한나기자
세종=강나훔기자
미국이 대미투자 이행을 요구하며 '관세 25% 재인상'을 압박하자 외교수장까지 방미해 설득에 나섰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다. 미국의 연방관보 게재 시점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통상 당국 간 재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담을 하고 관세 합의와 대미투자 이행을 위한 국내 노력을 설명한 뒤 통상 당국 간 협의가 이어질 수 있도록 외교당국 차원의 협력을 해 나가자고 했다. 이와 관련해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워싱턴D.C. 유니언 역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미국 측은 우리의 시스템이 (자신들과) 다른 부분을 이해 못 한 부분이 있는데 앞으로도 아웃리치(대미 접촉)를 계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왼쪽)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이 3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에서 회담을 갖고 있다. 외교부
한미 외교수장의 공식 회담은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 간 합의 내용이 담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JFS) 문안 타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조 장관은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 원자력 분야 합의와 핵추진잠수함 도입 등 안보분야 합의 이행에 대한 루비오 장관의 주도적 역할을 당부했다. 이에 루비오 장관도 "조속히 실질적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부처를 독려해 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가에서는 관세 이슈가 자칫 원자력·핵추진잠수함 등 안보 분야 합의사항까지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부가 "양 장관은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안보 분야 합의사항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긍정적 기류와 모멘텀을 확산시켜 나가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한 대목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해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관세협상과 동맹 현대화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양국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진 상태이기도 하고, '투자 성과'를 원하는 미국이 (합의) 판을 깨려는 것이 아니라, 투자 독려 목적으로 관세 압박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리 입법 지연을 문제 삼으면서도 우리 쪽에서 추진하려는 핵잠 도입이나 농축·재처리 협상에 느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라고 비판했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언급부터 모든 것이 구두로 이어지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사안을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도 "핵잠 등 안보 합의는 관세인상 여파로 '없던 일로 하자'라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며 "안보 합의를 연결해 볼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미 국무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 외교부가 배포한 자료에는 '비핵화' 내용은 빠진 채 "한미가 대북 대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며 북한의 대화 복귀를 견인해 나가자고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