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희기자
정부가 주간시간대 요금을 인하하고 야간시간대 요금을 인상하는 내용의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시멘트·제지 등 24시간 공정이 불가피한 산업군을 중심으로 전기요금 부담이 크게 늘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정 특성상 시간대별 탄력 운용이 불가능한 만큼 산업 구조를 고려한 정부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 전경. 아시아경제DB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시한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안이 현실화할 경우, 시멘트 업계의 제조원가 중 전기요금 비중은 평균 1~5%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멘트 공정은 크게 채광·소성·냉각·출하 순으로 이뤄지는데, 이중 시멘트의 핵심 원료인 클링커를 생산하는 소성 과정에서 킬른(소성로)이 24시간 가동된다. 한번 가동을 멈추면 재가동하는 데만 수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탓에 시멘트 산업은 야간시간대 전기요금 인상의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멘트 제조원가 중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이미 매년 수천억 원의 전기요금을 부담하고 있어 비중이 1~2%만 늘어도 추가 부담액이 상당하다"며 "개편안의 구체적인 지침이 나와봐야 알 수 있겠으나, 전체 제조원가 중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4%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초지기 등 주요 생산 설비가 24시간 가동되는 제지 업계도 이번 개편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지 업계는 대형 모터·펌프·팬 등 원지 생산의 주요 설비 가동이 밤 시간대 집중된 구조 특성상 야간시간대 전기요금 인상의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단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제지 산업의 제조원가 가운데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 수준이며, 전체 전력 중 외부 구매 비중은 30% 안팎이다.
일각에서는 기업별 대응 여력에 따른 '온도 차'도 감지된다.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자가발전 설비 등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분을 일부 흡수할 여지가 있는 기업과 달리, 노후 설비 비중이 높거나 투자 여력이 부족한 기업의 경우 이번 개편안으로 인한 충격을 그대로 떠안게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ESS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점에 다시 공급하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한 시간대에 전기를 충전한 뒤 이를 비싼 시간대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요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 수요 분산이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부가 공정 특성과 기업 규모를 고려한 별도 요금 체계나 보완 장치 등 보다 세심한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