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기자
"우리 아기 머리 모양,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불안이 영유아 부모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머리 모양을 바로잡아준다는 '두상 교정 헬멧'이 유행하면서 200~300만원에 달하는 고가 헬멧이 하나의 육아 필수 과정처럼 인식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용적 우려만으로 치료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생활 습관 교정과 정확한 의학적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AI)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
최근 두상 교정 헬멧은 치료를 넘어 일종의 미용 관리처럼 소비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헬멧 착용 사진과 후기가 확산하면서 영아부터 헬멧 치료를 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두개골 변형은 원인에 따라 치료 접근이 전혀 달라 외형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의료진의 공통된 견해다.
자세형 사두증의 유형.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영아의 두개골 변형은 크게 '자세성 사두증'과 '두개골 조기 유합증'으로 나뉜다. 자세성 사두증은 성장 과정에서 특정 방향으로 압력이 반복되며 발생하는 경우로 두개골 구조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반면 두개골 조기 유합증은 봉합선이 정상보다 일찍 닫히는 희귀 질환으로 뇌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영상 검사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강희정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영아 돌연사증후군 예방을 위해 바로 눕혀 재우는 습관이 강조되면서 깨어 있는 시간까지 같은 자세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자세성 사두증은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하고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희정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한림대동탄성심병원
핵심은 '터미타임(Tummy Time)'이다. 터미타임은 아기가 깨어 있는 동안 배(Tummy)를 바닥에 대고 엎드려 노는 시간(Time)으로 대근육 발달을 촉진하고 머리 뒤쪽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켜 두개골 변형을 효과적으로 방지한다.
터미타임은 생후 초기 하루 2~3회, 1회 3~5분 정도로 시작해 점차 시간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드시 보호자가 지켜보는 상태에서 진행해야 하며 푹신한 이불이나 쿠션 위는 피해야 한다. 수유 직후 역시 구토 위험이 있어 적절하지 않다.
강 교수는 "아기의 머리뼈는 매우 유연해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자세를 자주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교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비싼 교정 헬멧을 서두르기보다 기본적인 생활 관리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사두증의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교정 헬멧 치료가 고려될 수 있다. 다만 효과는 시기에 크게 좌우돼 생후 6개월 이전에 시작할수록 효과가 크고 12개월 이후에는 교정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기적인 영유아 건강검진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만큼, 검진 과정에서 전문의에게 두상 상태를 확인받는 것이 우선"이라며 "전문의 진단을 통해 치료가 꼭 필요한지 판단한 뒤 헬멧 치료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