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여수 도민공청회, 행정통합보다 지역경제 위기 성토 쏟아져

철강·화학 등 뿌리산업 쇠퇴 전환점 절실
자영업·대학 주변 상권붕괴 우려 목소리
김영록 지사 "에너지산업 육성 등 대전환 시동"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27일 여수시민회관에서 열린 광주·전남 행정통합 도민공청회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심진석 기자

"행정통합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절박합니다."

27일 오후 2시20분 여수시민회관에서 열린 '광주·전남 행정통합 여수시 도민공청회'는 행정구역 통합의 명분보다 바닥으로 떨어진 여수 지역경제에 대한 시민들의 절박한 호소가 쏟아진 자리였다.

이날 공청회는 오전에 통합 자치단체 명칭을 '전남광주특별시'로 하고, 주 청사를 특정 지역에 두지 않고 광주·무안·동부권 등 3곳을 균형 활용하는 방안이 정리되면서, 그간 최대 쟁점이었던 청사 문제 논란이 상당 부분 해소된 상태에서 열렸다. 그래서인지 통합 찬반 논쟁보다는 산업 침체와 생존 위기에 내몰린 여수의 현실이 전면에 부각됐다.

이는 전날 무안에서 열린 도민공청회에서 주 청사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집중된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행정통합 관련 질의응답 시간을 진행하기 전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심진석 기자

여수 지역은 세계 시장 구조 변화에 따른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 중국 등 경쟁국의 저가 공세로 석유·철강·화학 산업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 여파로 생산 축소와 고용 감소, 지역 상권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며 지역경제 전반이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근본적인 산업 구조 전환과 업종 다각화의 필요성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현실적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더욱이 여수는 지난 1998년 여수시·여천시·여천군 등 이른바 '3려 통합'을 이뤄냈지만, 소외지역 문제 등 선제적 경험을 하면서, 이번 행정통합에 대한 여러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공청회 현장에 참석한 여수시민 강덕환 씨는 "행정통합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전남 동부권, 특히 여수의 역할과 그동안 추진해 온 주요 사업들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며 "여수는 국가산단과 항만, 에너지 산업, 해양관광 등 전남 동부권의 핵심 거점인 만큼 통합 이후에도 정책과 예산이 끊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들의 절박함도 현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수 한려동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다는 장호일씨는 "경기 침체로 (매장)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인근 건물 공실률도 40%에 달한다"며 "행정통합 명칭이나 주 청사가 어디냐보다 생존이 더 중요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가 제시한 20조 원 규모의 통합 인센티브를 여수산단에 집중 투입해 R&D 투자, 수소산업과 소부장 산업 육성, LNG 발전소 건립 등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대 여수캠퍼스 지역발전동아리 회장이라고 밝힌 차원빈 씨가 여수캠퍼스 소외 문제와 함께 지역 상권 붕괴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진석 기자

전남대 여수캠퍼스 소외 문제와 대학가 공동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전남대 여수캠퍼스 지역발전동아리 회장이라고 밝힌 차원빈 씨는 "전남대와 여수대 통합 이후 여수캠퍼스는 쇠퇴했고, 학생 수는 5천여 명에서 2천여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대학 상권은 붕괴됐지만 지난 8년간 전남도의 대응은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차 씨는 또 "목포대와 순천대는 의대 유치와 병원 건립이 추진되는 반면, 여수캠퍼스는 사실상 소멸·흡수 통합의 길을 걷고 있다"며 "여수캠퍼스 활성화 문제를 통합 논의보다 우선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행정통합을 지역 경쟁력 회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지사는 "특별시 지정이 확정되면 모든 시·군·구의 예산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주어질 20조 원 규모의 재정을 활용해 여수의 뿌리 산업인 석유화학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대전환하겠다"고 말했다.

또 "ESS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통해 전력 요금 단가를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동부권 산단에 값싼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수소산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수산단과 광양만권을 중심으로 수소 배관망을 구축해 '수소 항만 터미널'을 조성하는 약 5조 원 규모의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며 "대학 RISE 사업 역시 특별시 체계 안에서 통합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지사는 이날 오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광주·전남 특별법 검토 시·도지사?국회의원 제4차 간담회' 참석으로 공청회에 예정보다 약 1시간 늦게 도착했다. 하지만, 여수, 순천, 광양 등 전남 동부권에서 열린 첫 공청회였던 만큼, 시민과 관계자 등 600여 명이 참석해 행정통합을 둘러싼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호남팀 호남취재본부 심진석 기자 mour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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