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슬기나기자
이민우기자
'코스피 5000' 시대를 맞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자본시장 개혁의 다음 과제로 꺼내든 카드는 바로 '상속·증여세 개편'이다.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1·2차 상법 개정을 추진한 데 이어, 이번엔 대주주들이 승계를 앞두고 관행처럼 반복해온 '주가 억누르기' 행태까지 손보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과 함께 증시를 이끄는 정책 효과가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며 이른바 '주가누르기 방지법' 추진에 공감을 표했다. 이 의원은 오찬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통령이) 주가누르기 방지법에 공감을 표하며 빠르게 추진하자는 말씀을 주셨다"며 "내가 대표 발의한 상속·증여세법을 부르는 이름"이라고 환영했다.
주가누르기 방지법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미만인 상장사에 대해서는 상속·증여 시 '주가'가 아닌 비상장회사 평가 방식(자산+수익 공정가치평가)으로 과세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 의원은 "상장사는 '주가'를 기준으로 상증세를 매기다 보니,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낮을수록 유리하다"며 "이 때문에 총수 지분율이 높은 회사의 주가는 고질적인 저평가 상태에 놓여 PBR이 0.3~0.4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현행법안에 따르면 상장사의 경우 상속·증여 시 전후 2개월, 총 4개월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산정한다. 반면 비상장회사는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2대 3 비율로 가중 평균해 공정가치를 산출하고, 이 공정가치가 순자산가치의 80%에 미달할 경우 자동으로 80%를 적용한다. 이로 인해 일부 기업 오너들이 불필요한 유상증자, 투자 축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춘 뒤 자녀에게 상속·증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앞서 이 의원실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국내 주요 그룹 8곳을 분석한 결과, 현행 세법을 적용해 산출한 지배주주 지분가액은 비상장 평가 방식을 적용했을 때보다 25~71% 낮았고, 평균적으로는 48%나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번에 이 대통령이 공감을 표한 개정안은 승계를 앞두고 인위적으로 주가를 낮출 경우 오히려 상속·증여세 부담이 커지도록 설계함으로써, 시장 왜곡 행위를 차단하는 데 무게를 둔 것이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이 시행될 경우 승계를 위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억누를 유인이 사라지는 만큼, PBR 0.8배 미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주가 제고에 나서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주주환원 강화 정책과 결합하면,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딱지를 떼기 위한 국내 증시의 체질 개선에 한층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와이즈포레스트 대표 변호사)은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기업들은 자금 조달 필요가 없는데도 상장한 뒤 주가를 누르며 PBR을 낮추는 식으로 상장제도가 사실상 대주주의 절세 방법으로 활용됐다"며 "개정 상법,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과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주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재계의 반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안 통과 시 오너의 상속·증여세 부담이 급증하는 상장사가 적지 않은 데다, 자산·이익 증가 속도가 빠른 성장 기업일수록 세 부담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승계 부담을 이유로 우량 비상장 기업의 상장 유인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채찍 일변도의 정책으로 궁지에 몰린 대주주들이 더욱 '꼼수 찾기'에 골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위해 상속세를 조금 완화하는 '당근'도 제시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속·증여세 최대주주 20% 할증 폐지', '상장주식 물납 허용' 등 보완적 인센티브가 대표적이다.
조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신중론이 나온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상속, 증여를 위해 기업이 주가를 인위적으로 누르는 것은 문제, 비정상"이라면서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나오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이 또한 문제점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PBR이라는 지표가 절대적이지 않다.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도 없다"며 "증여세를 전체적으로 손보는 게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조세 전문가 역시 "조세는 중립성이 중요하다"면서 "일률적으로 적용이 어렵고, 조작도 가능하다. 오히려 시장에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