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기자
GS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라이프 오브 파이'는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조난된 인도 소년 파이가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함께 227일간 구명보트를 타고 표류한 끝에 구조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파이가 절망적인 상황을 버텨내는 힘은 긍정적 사고방식이다. 파이는 가족과 함께했던 따뜻한 기억, 부모로부터 배운 가르침을 떠올리며 망망대해 속 지독한 고독과 죽음의 공포를 떨쳐낸다.
21일 GS아트센터에서 파이를 연기하는 배우 박강현을 만났다. 긍정적 사고방식을 지녔다는 점에서 그는 파이를 닮았다. 박강현은 긍정적인 믿음이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고 말했다.
"살면서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나. 잘 안 될 거야라는 생각, 또는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 생기면 그 생각이 삶에도 영향을 주고 결국에는 그렇게 삶이 흘러가는 것 같다. 잘 될 것이라고 믿음을 갖고 있으면 삶이 잘 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제 삶은 항상 믿음대로 움직였다."
박강현 [사진 제공= 메인스테이]
박강현은 "작품이 말하고자 메시지가 저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면에서 '라이프 오브 파이'는 좋은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긍정적인) 믿음이 조금 약해져 있던 시점에서 이 작품을 만나 그 믿음이 좀더 굳건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이 작품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행복"이라고 덧붙였다.
박강현은 2015년 뮤지컬 '라이어 타임'으로 데뷔했다. 2017년 JTBC 음악 예능 '팬텀 싱어 2'에서 준우승하고, 2018년 대극장 뮤지컬 '웃는 남자' 초연에서 주인공을 맡으며 대중에게 자신을 알렸다. 2020년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 2022년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그는 정상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박강현은 이러한 과정도 긍정적인 믿음 덕분이었다고 했다. 그는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면 "열정만 가득했을뿐 실력은 형편없었다"며 "형편없는 실력이었지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까 그게 누군가에겐 설득이 됐던 것 같다"고 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는 파이만큼 퍼펫(인형)으로 등장하는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역할도 중요하다. 세 명의 퍼펫티어(인형술사)가 일치된 호흡으로 벵골 호랑이의 움직임을 구현한다. 그는 "퍼펫 티어들의 마음이 하나로 딱 모아져 벵골 호랑이의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구현할 때는 정말 마법 같은 순간"이라며 "그때는 퍼펫티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퍼펫만 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박강현은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동물들이 퍼펫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라이프 오브 파이가 퍼펫이 등장하는 다른 공연들과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 주변에 있는 동물이기 때문에 동물원에 가 보거나 유튜브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그 동물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있다. 퍼페티어들이 그 움직임을 진짜 같이 잘 표현했을 때 느껴지는 감동이 다른 공연보다 큰 것 같다."
'라이프 오브 파이' 공연 장면 [사진 제공= 에스앤코]
박강현은 퍼펫과 함께 바닥까지 무대 전면을 활용해 바다를 표현한 영상도 라이프 오브 파이의 매력이라고 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무대 영상은 여느 뮤지컬 못지않게 화려하다. 하지만 배우들이 노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연극에 가깝다. 지금은 뮤지컬 배우로 입지를 굳혔지만 연기과를 전공해 대학 시절에는 연극만 했다. 데뷔 이후 연극 출연은 2017년 '나쁜 자석' 뿐이었다.
박강현은 "대학 때는 오히려 뮤지컬을 해 보지 않아서 오랜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간듯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또 "연기에 자신이 없지 않았지만 노래도 없고, 대사와 움직임 또 퍼펫들과 연기를 주고받으면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큰 도전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만으로 10년 이상 무대 경험을 쌓았지만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고 했다.
"2018년에 운전면허를 땄는데 운전을 몇 달 하면서 자신감이 붙었을 무렵 주차를 하다 사이드 미러가 '팡'하고 깨지는 경험을 했다.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하는 순간 사람은 무조건 실수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을 늦추지 않는 점이 공연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