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여기가 한국인 줄'…떡볶이 무한리필에 뷰티샵까지 '하노이 핫플' [K웨이브 3.0]⑩

개장 4년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르포
베트남에 이식한 한국식 쇼핑 경험
롯데百 하노이점…뷰티 특화 매장으로 입소문
베트남 유통시장 성장세…"50년 이상 내다본 시장"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찾은 현지 고객들이 출입구 앞 광장에 마련된 분수대에서 여가를 즐기고 있다. 김흥순 기자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가장 큰 호수인 '서호(West Lake)'를 마주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출입문 앞 광장의 분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빅뱅의 '하루하루' 등 K팝 리듬에 맞춰 조명과 물줄기가 시시각각 변했다. 한껏 멋을 낸 20대 여성들과 어린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은 분수대와 쇼핑몰을 배경으로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내부는 화이트톤 인테리어부터 떡볶이 무한리필 뷔페 '두끼'와 중식당 '연경', 간식 매장 '십원빵' 등 익숙한 간판까지 한국 쇼핑몰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이다.

2023년 9월 문을 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몰은 개점 4년차에 접어들면서 한국의 쇼핑 문화와 현지인을 일상을 아우르며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찾은 현지 고객들이 분수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흥순 기자

한국 쇼핑 경험 통째로 이식…베트남에 스며든 한류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몰은 공항에서 차량으로 30분 남짓이면 도착한다. 그러나 관공서와 유동 인구가 많은 핵심 상권에서는 다소 떨어진 외곽이라 매출액의 95%를 차지하는 현지인을 집객하는 데 불리하다. 이 같은 약점을 쾌적한 쇼핑 환경과 베트남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차별화 콘텐츠로 만회했다.

베트남에 생소한 국내 유명 헤어숍 프랜차이즈가 진출하고 대형 서점을 비롯해 패션과 뷰티, F&B 등 230여개 브랜드 중 40%가량을 현지 상권 최초로 유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오피스동에는 국내 종합병원인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의 첫 해외분원도 들어섰다. 내과와 외과, 산부인과 등 12개 과목의 진료를 하고 CT(컴퓨터 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장비를 들여와 한국식 건강검진도 운영한다.

그 결과, 이 쇼핑몰은 베트남 현지인들이 퇴근 후 여가시간을 보내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남우현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영업관리 팀장은 "개장 초기에는 복합쇼핑몰 문화가 생소해 현지인들이 통로에서 신발을 벗고 횡보하거나 도시락을 먹고, 담배를 피우는 등 상품 구매보다는 호기심에 시간을 보내려는 목적으로 찾는 경우가 많았다"며 "2년 차를 넘어가면서 한국형 쇼핑 경험이 녹아들어 방문객 중 구매로 전환되는 비중이 전년 대비 20%가량 상승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하노이몰은 대다수 근로자들이 토요일까지 근무하는 베트남의 업무 특성상 저녁 무렵부터 방문객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두끼 매장은 이미 이용객으로 가득 차 대기자도 받지 않았다. 김준영 롯데백화점 해외사업 부문장 겸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법인장(상무)은 "한국에서 두끼 이용 금액이 1만원대라면 이곳에서는 7000~8000원 수준으로 현지 소득 수준을 고려했을 때 결코 저렴하지 않다"며 "K푸드에 대한 관심에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춘 소스와 재료 등이 주효해 이곳 매장에서만 월매출 1억6000만원을 올린다"고 말했다.

지하 1층의 롯데마트도 한국과 베트남의 먹거리 문화가 공존했다. 두리안이나 용과 등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과일 코너에 단감이나 배 등 한국에서 들여온 과일들이 프리미엄 상품으로 진열됐다. 또 초밥과 치킨류, 떡볶이와 김밥 등을 판매하는 델리(즉석조리) 코너는 대기 줄이 늘어설 정도로 인기다. 가정주부 란씨는 "집에서 가깝고 롯데마트에서 좋은 식재료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몰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지하 1층의 롯데마트에서 현지 고객들이 계산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김흥순 기자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오피스동에 입점한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의 첫 해외분원. 김흥순 기자

하노이몰에서 차량으로 15분 거리의 롯데센터 하노이에 자리한 롯데백화점 하노이점은 MD 구성 중에서도 화장품이 강점이다. 현지 상권 중 유일하게 샤넬과 크리스챤 디올, 랑콤, 에스티로더 등 4대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가 모두 입점해 있고 단일 뷰티 브랜드만 36개에 달한다. 이재진 롯데백화점 하노이점장은 "고객들이 몰리는 주말에는 메이크업 이벤트나 화장품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이곳에서 개최한다"며 "글로벌 유명 브랜드와 한국의 뷰티 브랜드까지 다양한 화장품을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로 현지에서 입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롯데는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와 롯데백화점 하노이·호찌민점 등 베트남에서 백화점 2곳과 쇼핑몰 1곳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 백화점·쇼핑몰 시장은 현지 최대 민간기업 빈그룹에서 운영하는 빈컴몰이 90개로 가장 많고, 일본 이온 그룹이 주도하는 이온몰도 롯데보다 일찍 현지에 진출해 12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반면 경쟁사인 빈컴몰은 하노이에서 입지가 좋은 주요 지역마다 터를 잡고 있으나 내부 시설이 노후화됐고, 직선형 구조로 길게 뻗은 동선에 각종 브랜드가 혼재해 국내 지하철 역사의 종합상가처럼 느껴졌다. 롯데 관계자는 "빈그룹은 유통보다 부동산 임대와 분양사업이 주력"이라며 "쇼핑몰의 특색이나 쇼핑 편의 등 트렌드는 고려하지 않고 임대료를 많이 내는 사업자 순으로 좋은 장소를 내준다"고 말했다.

20여년 공들인 전략시장…K콘텐츠 후광 효과 톡톡

롯데백화점 하노이점이 있는 롯데센터 하노이. 김흥순 기자

롯데는 2000년대 초반부터 베트남을 해외 전략시장으로 낙점하고 현지 진출에 공을 들였다. 대표적으로 롯데백화점은 2008년부터 3년간 베트남 최초의 백화점인 호찌민시 다이아몬드 플라자의 위탁운영을 맡았다. 이를 통해 현지인이 선호하는 브랜드와 MD 구성, 서비스 등에 대한 노하우를 쌓고 사업에 필요한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2014년에는 롯데의 첫 해외복합단지로 65층짜리 마천루에 백화점과 레지던스, 호텔, 전망대 등을 갖춘 롯데센터 하노이를 세웠다. 베트남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탄탄한 젊은 소비층, 유통 분야의 성장 잠재력 등을 고려한 투자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베트남 소매시장 규모는 2019년 931억5870만 달러(약 137조원)에서 2024년 1212억 달러(약 179조원)로 30% 이상 증가했고, 2029년에는 약 1700억 달러(약 25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F&B 시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2024년 기준 해당 영역의 시장 규모가 688조8000억동(약 39조원)으로 전년 대비 16.6% 신장했다. 또 온라인 플랫폼이 잠식한 한국과 달리 소매시장 내 오프라인 비중이 2024년 기준 89%로 여전히 압도적이다.

K팝과 드라마, 예능 등 1세대 한류와 이를 통해 전파된 K푸드도 베트남에서 건재하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인들이 K푸드 관련 콘텐츠에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17.8달러(약 2만6000원)로 전년 대비 40.2% 늘었고 김밥이나 김치, 떡볶이, 라면, 삼겹살 등 K콘텐츠에 노출된 K푸드를 실제로 경험해본 구매 전환율도 84.3%에 달했다.

이 같은 후광 효과로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몰은 개장 2년여 만인 지난해 12월까지 누적 방문객이 3000만명에 육박하고, 올해 연말까지 누적 매출 1조원을 넘보는 등 현지 시장에 빠르게 정착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몰이 현지 랜드마크로 입지 강화한 점을 글로벌 성과 중 하나로 언급했다. 롯데백화점 하노이점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5% 상승했다.

롯데는 2030년까지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몰과 같은 복합단지를 베트남 주요 도시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법인장은 "베트남은 단기적인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50년 이상을 내다보고 전략적으로 선택한 시장"이라며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층을 포용하고 양국 문화를 접목해 시장 내 우월적 지위를 이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유통경제부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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