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위스키, 코냑, 데킬라 등 증류주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면서 증류주 시장이 빙하기를 맞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역사적인 수준의 수요 감소로 위스키, 코냑, 데킬라 업체들이 증류소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격을 대폭 인하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디아지오, 페르노리카, 캄파리, 브라운포맨, 레미 쿠앵트로 등 주요 상장 주류업체 5곳의 재무 보고서를 보면 이들 기업의 숙성(ageing) 증류주 재고는 총 220억달러(약 32조원)어치에 이른다. 이는 1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프랑스의 코냑 제조사인 레미 쿠앵트로의 경우 재고 규모가 18억유로(약 3조원) 상당으로, 연간 매출의 거의 두 배이자 시가총액에 육박하는 수준이라고 FT는 전했다. 디아지오 또한 재고가 연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2 회계연도 34%에서 지난해 43%로 증가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6월 기준 재고 규모는 86억달러어치다. 투자사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트레버 스털링은 관련 정보를 공개한 기업들의 현재 재고 규모가 금융위기 여파로 재고가 쌓였을 때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했다.
FT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업체가 생산을 크게 늘렸던 것이 재고 누적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또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가처분소득이 줄어 증류주 수요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수요 감소의 이유로 일각에서는 비만치료제 보급을 꼽았다. 위고비, 오젬픽과 같은 비만치료제가 급속히 보급된 데다 건강·웰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술 소비가 줄었다고 FT는 설명했다.
급기야 일부 업체는 생산 중단에 돌입했다. 일본 산토리는 미국 켄터키주에 있는 '짐 빔'의 주력 증류소를 최소 1년간 폐쇄했고 디아지오는 텍사스와 테네시주 시설에서 위스키 생산을 올여름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생산 축소가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 에드워드 먼디는 "침체기에 재고를 줄이면 향후 수요를 충족시키려 할 때 큰 문제가 생긴다"며 "지난 5년간 증류주 시장의 호황과 불황은 예측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