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기자
한 지방자치단체 종무식에서 단체장을 향한 과도한 충성 이벤트를 벌인 사실이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다. 한 해의 업무를 마무리하며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해야 할 종무식에서 일부 공무원들이 단체장을 치켜세우는 퍼포먼스를 경쟁적으로 준비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공직 사회의 뿌리 깊은 과잉 의전과 조직 문화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 열린 전북 남원시청 종무식에서 최경식 남원시장이 직원이 목에 걸어주는 사탕 목걸이를 받고 있다. MBC뉴스 유튜브 챈 캡처
최근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전북 남원시에서는 최경식 남원시장을 위한 이벤트가 여러 부서에서 경쟁적으로 진행됐다. 한 부서에선 최 시장이 방문하자 책상 가림막 뒤에 숨어있던 직원들이 종이를 들고 차례로 일어섰다. 종이를 이으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가 됐다. 이를 본 최 시장은 "특이하다, 특이해"라며 웃어 보였다.
또 다른 부서에선 부서장의 선창으로 시장의 용기, 실력, 리더십을 칭찬했고, 시장에게 '고마운 한 상'이라고 상을 만들어 전달했다. 상장에는 '끊임없는 고민과 실천으로 살기 좋은 남원시를 만들어주신 우리의 최고 리더, 최경식 시장님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상장을 수여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성 직원이 시장에게 손수 만든 것 같은 목걸이를 걸어주는 부서도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최 시장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상을 올려 자랑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최 시장은 논란이 일자 게시물을 삭제했으며 남원시청 측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한 감사 이벤트"라고 해명했다.
비슷한 논란은 전주시에서도 제기됐다. 지난해 연말 종무식을 앞두고 각 부서에 '청사 입구에서 시장을 맞이해 달라' '로비에서 환영해 달라'라는 내용의 협조 요청이 전달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부 공무원들은 "근무 평가에 반영되니까 저항을 못 한다" "보이지 않는 갑질이다" "공무원이 시장님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닌데" "부모한테도 그렇게 안 하는데"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단체장을 향한 공무원 조직의 과잉 의전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광주 북구에서는 KBS '전국노래자랑' 녹화 과정에서 여성 간부 공무원들이 구청장의 무대 퍼포먼스에 참여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일부 간부들은 실제와 다른 출장 사유를 기재한 사실이 드러나 자체 감사가 이뤄졌고, 훈계와 주의 처분이 내려졌다. 북구청은 당시 "구청장의 지시나 개입은 없었다"며 "직원들의 자발적 행동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