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수장들 올해 키워드 'AI' 한 목소리…사상 최대 실적에도 위기감 확대

대출 성장 한계…지속가능성장 전략 필요
'AX' 강조…조직개편에도 반영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를 비롯한 주요 은행권을 관통하는 2026년 키워드로 '인공지능(AI)'이 꼽혔다. 4대 금융 회장들은 일제히 신년사에서 'AI' 및 '인공지능 전환(AX)'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발맞춰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AI 전담 부서 신설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잇달아 발표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중심의 기존 성장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수장들은 올해 경영 화두로 'AI 전환'을 제시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AI 영상기술로 구현한 디지털 신년사를 통해 "다가올 '큰 파도'인 AI 기술 발전 등 미래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기술이 금융의 질서를 바꾸는 중대한 변곡점"이라며 "AX는 단순한 수익 창출이나 업무 효율성 제고 수단이 아니라 생존 과제"라고 말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금융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금융산업 내부에서도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AI 기술 발전 등 새로운 변화의 물결은 금융산업 전반에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며 3대 중점 전략 방향 중 하나로 'AX 선도'를 제시했다.

금융지주 수장들이 한목소리로 'AX'를 강조하면서 조직개편에서도 AI 중심 변화가 두드러졌다. KB금융은 AI·디지털 플랫폼·데이터 전 영역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역할의 '디지털혁신부'를 신설했다. 차별화된 AI 역량 확보와 생성형 AI의 본격적인 비즈니스 적용을 위해 금융 AI센터도 2곳으로 확대했다. 신한금융은 신한은행 내 '미래혁신그룹'을 신설해 AX 가속화와 디지털자산 대응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의 디지털 전략 기능과 신사업 추진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AI·디지털그룹을 '디지털혁신그룹'으로 확대 개편했다. 우리금융 역시 우리은행의 디지털전략그룹 명칭을 'AX혁신그룹'으로 변경하고 AX 혁신 가속화에 나섰다.

이 밖에도 주요 금융지주들은 조직개편을 통해 AX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BNK금융지주는 '그룹고객가치혁신부문'을 '그룹 AI·미래가치부문'으로 변경하고, 산하 디지털기획부와 AI사업팀을 통합해 'AI디지털전략부'로 확대 개편했다.

금융사들이 앞다퉈 'AX'를 전면에 내세우는 배경에는 더 이상 은행 중심의 대출 성장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여기에 스테이블 코인 발행 논의와 증권시장 호황에 따른 '머니무브' 역시 위기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부터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의 반대로 막판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만약 스테이블 코인 발행 주체가 은행이 아닌 기업으로 넘어갈 경우, 은행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송금 기능까지 위협받을 수 있어 타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 지난해 말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종합투자계좌(IMA) 시장에 진출하며 은행 자금을 빠르게 흡수한 점도 금융지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IRP 계좌의 증권사 이탈은 이미 일상화됐고, IMA를 비롯한 새로운 상품의 등장도 더 이상 은행에 우호적이지 않다"며 "가계대출은 성장 한계에 도달했고, 그룹의 맏형 역할을 해온 은행이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출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위기감이 공유되고 있다"며 "과거에는 AI를 상담 챗봇 등 제한적인 영역에 활용했다면, 앞으로는 여신 심사 등 은행 핵심 업무 전반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금융부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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