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취재본부 최순경기자
경남 산청군 신안면 안봉리 수해 피해 현장은 본지의 잇따른 취재와 보도 이후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 무너진 구거(도랑)와 토사에 파묻힌 감 농장은 여전히 방치된 채다.
군은 지금도 "개인 사유지라 군이 복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관련 법령과 예산 실태를 들여다본 결과 산청군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가 된 산청군 신안면 감 농장 내 구거(도랑)는 집중호우 당시 범람하며 토사를 쓸어내렸고, 인근 농경지와 물길 기능까지 동시에 붕괴됐다. 단순한 농장 피해를 넘어 추가 호우 시 하류 지역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다.
산청군 신안면 수해현장 사진.
그런데도 산청군은 "사유지 피해는 행정 개입이 어렵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군은 현장 정밀조사나 복구 필요성 검토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청군의 주장과 달리, 관련 법령은 보다 적극적인 행정을 요구하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제66조는 사유 시설 피해에 대해서도 복구비 지원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자연재해대책법」 제46조는 하천·구거·배수로 등 재해 예방과 직결된 시설의 경우 소유 형태와 관계없이 공공 개입이 가능하다는 해석 여지를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이 흐르는 구조물은 개인 소유라 하더라도 공공 안전과 직결된다"며 "행정이 책임 판단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산청군은 이번 수해로 역대 최대 규모인 약 9253억원의 복구 지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은 "공공시설 복구만으로도 예산이 부족하다"며 사유지 복구에는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피해 주민들은 "대형 공공 공사 위주로 예산이 배정되고 실제 농가 피해는 뒷순위로 밀리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예산의 절대적 규모가 아니라 집행 우선순위와 행정 의지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피해 농가 상당수는 고령 농민이다. 수해 당시 병원 치료나 자체 복구로 인해 신고 시기를 놓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산청군은 "신청 기간 경과"를 이유로 접수조차 거부하거나 형식적 검토에 그치고 있다.
한 주민은 "재난 앞에서 행정은 법을 방패로 삼고, 주민은 나이와 병 때문에 배제됐다"며 "이게 과연 재난 행정이냐"고 반문했다.
본지 취재 이후에도 현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논란은 단순 행정 미흡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현장 판단을 외면한 담당 부서 책임은 물론, 특별재난지원금 집행과 복구 방향을 총괄하는 군수 책임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법도 있고 예산도 있는데 복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행정 의지의 문제"라며 "재난 행정의 최종 책임은 결국 단체장에게 있다"고 지적한다.
본지는 산청군이 언제까지 '사유지'라는 말 뒤에 숨어 있을 것인지, 그리고 산청군 신안면 수해 피해가 또 다른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계속해서 심층 추적 보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