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케네디센터 개명 후폭풍…'공연 취소 vs 강행' 예술계 분열

센터 "공연 거부는 좌파 논리"
공연 취소 예술가에 소송 예고

미국 워싱턴DC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시설인 '케네디 센터' 명칭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추가된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미 예술계가 갈등을 겪고 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던 트럼펫 연주자 웨인 터커는 오는 22일 '트럼프-케네디 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연을 전격 취소했다. 이에 앞서 비브라폰 연주자 척 레드와 재즈 7중주단 '쿠커스' 등도 크리스마스와 새해 전야 공연을 줄줄이 취소했다. '쿠커스' 측은 "우리는 분열을 심화시키는 대신 이를 넘어서는 연주에 전념할 것"이라고 센터의 명칭 변경 결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케네디센터에서 최근 개명된 워싱턴DC '트럼프-케네디센터'.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다른 예술가들은 "예술은 계속돼야 한다"며 공연 강행 의사를 밝혔다.

작곡가 김희연씨는 오는 10일 이 센터에서 자신의 작품 '고래의 부름'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블룸버그에 보낸 이메일에서 "동료 음악가들의 개인적·원칙적 (공연 취소)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케네디 센터'는 여전히 중요한 공공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밴조 연주자 랜디 배렛 또한 "센터의 정치화는 매우 우려스럽지만, 이 나라에는 더 많은 음악과 예술이 필요하다"며 공연 강행 의사를 밝혔다.

센터 측은 공연을 취소한 예술가들을 맹비난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센터 대변인은 "공연을 취소하는 모든 예술가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공연하기를 거부하는 '좌파 정치 논리'에 따른 것"이라며 "우리는 '트럼프-케네디 센터'에서 연주하고 싶어하는 수많은 예술가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센터 측은 공연을 취소한 척 레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미 공영라디오 NPR은 전했다.

하지만 센터 명칭 변경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조이스 비티 연방 하원의원은 지난달 22일 "의회의 승인 없이 이뤄진 명칭 변경은 불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센터 이사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케네디 가문의 일부 인사도 개명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트럼프케네디센터' 도메인은 코미디 작가가 선점…트럼프 풍자

한편 한 코미디 작가는 바뀐 센터명을 담은 웹 주소 'TrumpKennedyCenter.org'를 발 빠르게 확보해 이 기관을 조롱하는 패러디 사이트를 만들어 화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사우스파크'를 비롯한 TV 작가 겸 프로듀서인 토비 모튼은 센터의 개명 전인 지난해 8월 이미 이 도메인을 확보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케네디 센터' 이사들을 축출하고 스스로 이사장 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 이러한 명칭 변경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TrumpKennedyCenter.org'에 접속하면 '엡스타인 무용단(Epstein Dancers)'이라는 가상의 공연 안내가 나온다. 이는 희대의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과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가까운 사이로 지냈다는 사실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케네디 센터'의 실제 사이트 주소는 여전히 'kennedy-center.org'이며, 접속하면 사이트 최상단에 영문으로 '트럼프-케네디 센터'(The Trump Kennedy Center)라는 문구가 뜬다.

이슈&트렌드팀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