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어리목계곡 전경
제주의 물은 대개 바다와 맞닿은 해안가에서 솟구친다. 지하수가 현무암 틈을 타고 낮은 곳으로 흐르다 해안선에서 용천수로 솟아오른다. 한라산 북서부에 예외가 있다. 해발 1000m가 넘는 깊은 계곡, 거대한 화산암층 사이에서 물줄기가 터져 나온다. 어리목계곡이다.
국가유산청은 한라산 광령천 상류(해발 1020~1350m)에 있는 어리목계곡 화산암층과 용천수를 자연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한다고 2일 예고했다.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자연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고지대 지하수 집수 양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구역이다. 약 200m 깊이의 계곡 절벽을 따라 고토양층(불투수층) 위를 흐르는 물길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1970년대부터 하루 최대 1만2000t의 용수를 분출해 중산간 지역 상수원으로 쓰인다.
화산암층과 용천수 근경
이 지역은 흐름 유형과 유량, 수질 변화를 추적하면 제주 전역의 지하수 변화를 예측하는 기준점이 된다. 깎아지른 절벽과 사계절 푸른 이끼 폭포가 어우러져 생태적 가치도 높다. 현재 천연보호구역이자 상수원보호지역으로 묶여 있다.
국가유산청은 "한라산 화산체 내부의 수문 순환과 암석의 투수·비투수 특성 연구가 가능한 곳"이라며 "제주의 지하수 유출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학술 가치를 지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