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 우리 사회의 사회문화흐름(트렌드)을 주도할 핵심어로 인공지능(AI), 나다움, 건강 관리(웰니스), 절제와 실용의 소비, K-컬처, 소통·관계를 제시했다.
문체부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뉴스, 누리소통망(SNS), 커뮤니티, 영상 플랫폼 등에서 수집한 온라인 빅데이터 5억3800만 건을 분석한 '2026년 사회문화흐름(트렌드)' 결과를 31일 공개했다. 문체부는 전체 수집 데이터에서 핵심어 총 7만4760개를 도출했으며 온라인 여론과 생활 변화를 종합적으로 살펴 6대 사회 문화 흐름(트렌드)을 제시했다. 6대 흐름은 ▲AI 이후의 인간 중심 전환, ▲나다움과 초개인화 시대, ▲웰니스 전환, ▲절제와 실용의 소비 윤리, ▲K-컬처의 자부심과 감정 경제, ▲정서적 공감이 만들어 내는 공존이다.
문체부는 이를 토대로 내년 우리 사회가 위기 이후의 단순한 '회복' 단계를 넘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며 삶의 방식을 재구성하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AI 관련 온라인 언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AI 연관어로 정책(147.5%), 보안(220.4%), 규제(109.1%) 등의 언급량이 크게 늘었다. AI와 관련 제도적 관리 영역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다.
문체부는 "생성형 AI 확산으로 기술이 일상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우리 사회는 AI 활용을 넘어 인간의 역할과 책임을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AI의 편의성과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기술이 일자리와 안전, 공정성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나다움에 대한 관심 증가는 사회적 기준에 개인을 맞추기보다 개인이 스스로 삶의 방향을 설계하려는 인식이 확산하며 개인 중심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다움 관련 언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증가했다. 나다움의 연관어로는 개인, 정체성, 선택, 자기결정 등이 확인됐다.
문체부는 "나다움은 사회적 기준이나 집단의 기대보다 개인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중심으로 삶의 선택을 정의하려는 인식을 의미한다"며 "나다움은 직업과 관계, 여가 등 삶 전반에서 나에게 맞는 방식을 중시하는 태도로 이어지며, 사회 역시 하나의 표준 모델보다 다양한 삶의 형태가 공존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건강 관리(웰니스) 관련 언급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 증가했으며, 일상(125.2%), 노년(677.3%), 노후(181.1%), 저속노화(93.7%) 등의 연관어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치료 중심의 건강 관리에서 벗어나, 일상 전반에서 건강을 관리하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체부는 "국민들은 치료 중심의 건강 개념을 넘어 수면, 생활 습관, 마음 건강, 노후 준비까지 포함하는 전 생애적 건강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건강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기본 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와 관련해서는 절제와 실용을 중시하는 인식이 일상화되고 있다. 소비를 통해 욕망을 확장하기보다, 삶의 균형과 효율을 중시하는 태도가 강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 관련 언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 증가했으며, 연관어 '가성비'가 소비 담론 전반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문체부는 "국민들이 소비를 줄이기보다는 합리적인 선택과 대안적 소비 방식을 통해 지출을 관리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동시에 친환경, 윤리적 기준을 고려한 소비 인식도 유지되며, 소비는 가격뿐 아니라 가치 판단을 포함하는 행위로 자리 잡고 있다"고 판단했다.
K-컬처는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 감정과 경제적 가치가 결합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K-컬처 관련 언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1% 증가했으며, 열성 조직(팬덤)과 자부심을 반영하는 연관어가 두드러지게 확대됐다.
문화 향유 과정에서 정서적 몰입과 자부심을 중시하는 흐름도 강화되면서 열성 조직(팬덤)을 중심으로 공유·참여·확산형 문화 소비가 늘고 있다. 이는 전시, 공연, 관광, 상품 구매 등 실물 소비로 이어지며, 온라인에서 축적된 정서적 공감이 문화 향유를 넘어 실물 경제 효과로 전환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성과와 경쟁 중심의 관계에서 벗어나, 정서적 안정과 회복할 수 있는 관계를 중시하는 인식이 확산하며 공존의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관계·공감 관련 언급량은 지난해보다 20% 증가했으며, 회복(109.1%), 감정(123.2%), 소통(83.3%) 등 정서적 연관어가 두드러졌다.
문체부는 대규모 조직이나 제도권 중심의 관계보다 취향, 생활, 관심사 기반으로 한 소규모 공동체가 정서적 지지와 안정감을 제공하는 생활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잘되는 삶'보다 위기 상황에서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관계 구조를 중시하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이정은 문체부 디지털소통관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2026년 사회 문화 흐름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국민의 수요를 예측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체감형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