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아기자
이차전지 전해액 기업 엔켐이 전해액 핵심 원료인 리튬염 생산을 내재화하며 차세대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속도를 낸다. 원재료 수급부터 생산, 공급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합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북미, 유럽, 중국 등 글로벌 공급망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엔켐 미국 조지아주 공장 전경. 엔켐
엔켐은 지난 26일 폴리염화비닐(PVC) 및 이차전지 리튬염 회사 중앙첨단소재의 주식 585만320주를 인수하며 지분율 14.53%로 단독 최대 주주에 올랐다. 중앙첨단소재의 완전한 자회사 편입은 '엔켐-중앙첨단소재-이디엘(EDL)'로 이어지는 리튬염 및 전해액 밸류체인을 완전히 하나로 통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서 양사가 공동 투자한 새만금 EDL은 내년 4분기 완공을 목표로 범용 리튬염인 LiPF6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번 지분 인수로 엔켐은 원재료 수급부터 생산, 공급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원가 경쟁력 강화를 가속할 동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엔켐은 기존 LiPF6를 넘어 차세대 리튬염으로 주목받는 리튬비스플루오로술포닐이미드(LiFSI) 시장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엔켐은 지난 23일 중국의 LiFSI 생산업체 시대시콩(Shidai Sikang New Materials)에 599억원을 출자해 지분 100%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LiFSI는 기존 LiPF6 대비 이온 전도도와 열적 안정성이 우수해 고출력·고안전 배터리에 필수적인 소재로 꼽힌다. 엔켐은 이번 인수를 통해 확보한 LiFSI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중국과 유럽 배터리사에 우선 공급하고, 향후 고성능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는 북미 시장으로 공급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밸류체인 통합의 배경엔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이 있다. 엔켐은 2027년부터 새만금 등에서 생산되는 LiPF6를 중심으로 '탈 중국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북미 시장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요건을 완벽히 충족한다는 방침이다.
더 나아가 엔켐은 이번 지배구조 재편을 신호탄으로 미국 내 최신공법이 적용된 LiPF6 생산시설을 본격 추진한다. 엔켐은 원재료 수급 불안정 리스크를 제거하는 동시에, 독보적인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여갈 것으로 기대된다.
엔켐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 재편은 단순한 지분 조정이 아닌, 엔켐이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자 근본적인 체질 개선 과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