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자세' 강조한 李대통령 '혜택만 누리는 모습 눈 뜨고 못 봐…꼰대는 안 돼'

생중계 업무보고 방식 "국정 주체인 국민께 보여드리는 것"
보고서 결재 과정 책임 강조
6개월 뒤 업무보고 예고…"공직사회 얼마나 변할지 보라"

기관장들에게 내부 토론도 당부…"지위가 올라갈수록 현장서 동떨어져"
"외부서 지적된 문제 제대로 처리했는지도 점검할 것"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해양수산부 부산 임시청사에서 열린 해수부·해양경찰청 업무보고에서 "조직의 최종 책임자들이 그 자리에서 얻게 되는 권위, 명예, 이익, 혜택만 누리고 본질적 책임이나 역할을 제대로 안 하는 것을 눈 뜨고 못 봐주겠다"고 말했다. 형식적 보고와 책임 회피 관행을 끊고 공직사회에 '책임지는 행정'을 뿌리내리겠다는 취지다. 지난 11일부터 이어진 이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부처 업무보고는 이날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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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부처 업무보고를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한 배경과 관련해 "공무는 딱딱하고 재미없는 남의 일로 느껴질 수 있어 국민들이 관심을 덜 가질 수 있다"며 "관심받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재밌게 국민이 관심을 가지시라고 하다 보니 '경박하다, 권위가 없다'는 비난도 있지만 세상의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다"며 "관심도를 제고한 성과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한 이유는 대외적으로 국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국정의 주체인 국민께 보여드리는 것"이라며 "우리는 대리인, 과거식으로 표현하면 머슴이다. 주인이 일을 맡긴 취지에 따라 주인의 이익에 최대한 부합하게 일해야 하고 그 과정 자체도 주인에게 잘 보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선시대 정조가 징을 들고 다니며 '억울한 사람은 징을 치라'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내부적으로도 업무보고가 과거에는 "형식적으로 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최고책임자들이 권위와 명예, 이익과 혜택만 누리고 그 자리가 가진 본질적 책임이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모습을 눈 뜨고 못 봐주겠다"며 "어떤 조직의 책임자들이 어떤 태도와 어떤 마음으로 얼마나 성실하게 하느냐가 운명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보고서 결재 과정의 책임성도 강하게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자기가 보고서라고 써서 상신했으면 자기가 써놓은 글자의 의미는 최소한 알아야 한다"며 "사인한 문서의 내용이 뭔지도 모르면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어 "일선의 실무자만 손끝으로 필요한 것만 하는 것을 넘어서 조직 전체가 책임지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토론하고 고치고 더 좋은 게 있으면 제안받아 새롭게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6개월 뒤에 다시 업무보고를 받으려고 한다"면서 "국민 여러분도 그때 공직사회가 얼마나 변해있을지 봐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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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각 기관장에게 내부 토론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관료 조직의 특성을 보면 가장 큰 권한을 가진 사람이 가장 구시대적이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현장에서 동떨어진다"며 "이런 사람에게는 부하들이 앞에서는 복종하지만, 뒤에서는 흉을 본다. 우리가 '꼰대'가 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외부 비판에 대해서도 "야당, 국회, 언론, 시민단체, 비판적 전문가들이 하는 얘기를 잘 새겨서 잘못된 게 있으면 시정하고 좋은 제안이 있으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적된 문제를 제대로 처리했는지도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치부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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