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기자
최근 온라인상에서 경찰이 인터넷 방송인(BJ)을 거칠게 제압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확산하며 논란이 일었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경찰이 시민의 자유를 과도하게 억압한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해당 영상은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가짜 영상'으로 드러났다. 경찰 보디캠 도입 확대와 맞물리며 오해 소지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경찰 보디캠으로 촬영한 것처럼 제작된 인공지능(AI) 가짜 영상. 인스타그램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문제의 영상들은 최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등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잇따라 게시됐으며, 현재 확인된 것만 50개가 넘는다. 영상들은 폭행 현장, 말다툼, 음주운전 단속 상황 등에 출동한 경찰의 보디캠 영상처럼 연출됐다.
대표적으로 부천역 인근에서 방송을 진행하던 BJ가 경찰의 방송 종료 요청에 욕설하며 저항하다 체포되는 장면, 교복을 입고 길거리에서 흡연하던 학생이 경찰의 훈계를 받자 "경찰이 몰래 촬영하고 다닌다"고 조롱하는 장면 등이 등장한다. 모두 실제 사건처럼 정교하게 꾸며졌지만, AI로 만들어진 허위 영상이다.
이들 AI 합성 영상은 게시 한 달 만에 인스타그램에서만 누적 조회 수 1200만 회를 기록할 만큼 빠르게 확산했다. 문제는 상당수 이용자가 영상의 진위를 구분하지 못하고 실제 경찰 대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수도권을 시작으로 이달 초 대전까지 경찰 보디캠이 전국적으로 확대 도입된 상황과 맞물리며 혼란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BJ 체포 영상에는 "경찰이 시민 자유를 억압한다" "과잉 진압 아니냐"는 비판 댓글이 다수 달렸다.
경찰 보디캠으로 촬영한 것처럼 제작된 인공지능(AI) 가짜 영상. 인스타그램
이에 경찰청은 AI로 제작된 허위 영상 유포로 인한 피해 확산을 막고자 해당 SNS 채널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채널 운영자가 자신이나 타인에게 이익 또는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허위 통신을 한 것으로 보고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 적용을 우선 검토하고, 삭제나 차단 조치도 병행할 예정이다.
다만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 통신을 한 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제47조 제1항)은 2010년 '미네르바 사건'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 폐지된 상태다. 지금까지 이를 대체할 법이 나오지 않아 채널 운영자가 실제 처벌받게 될지는 불분명하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