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밥상이 코앞…식품값 '도미노 폭등' 천장 뚫는 환율 어쩌나[Why&Next]

환율 6개월 상승, 원재료·물가로 번지는 부담
원가 압박 커지는데 가격은 묶여, 식품기업 눈치보기

원·달러 환율이 올 하반기부터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식품업계의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 원가를 직접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제품 가격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정부의 물가 관리 기조로 인해 소비자가격은 유지하고 있지만, 강달러 추세가 이어질 경우 내년 상반기 도미노 가격 인상이 우려된다.

연합뉴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거래 종가(1480.1원)보다 오름세로 출발해 1483원을 돌파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원화 가치는 지난해 연말 내란사태를 거치면서 올해초 1470원대에서 대통령선거 이후 1350원대까지 안정됐지만, 7월부터 고공행진 중이다.

이 때문에 식품업계는 올들어 달러 강세에 따른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웰푸드는 올해 1~9월 원재료와 소모품 비용이 1조47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1조3153억원)보다 1577억원 급증했다. 롯데웰푸드는 껌과 캔디, 비스킷, 초콜릿, 빙과, 육가공 제품 등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으로, 주요 원재료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오뚜기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1~9월 오뚜기의 원재료 및 상품매입액은 1조7522억원으로 전년동기(1조5921억원)보다 1601억원 증가했다. 오뚜기의 전체 원재료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수입산이다.

환율이 키운 원가 부담, 원재료 가격·물가로 번져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은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두유·팜유·코코아·유제품 원료 등 주요 원재료는 대부분 달러화로 거래된다. 국제 시세가 같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원화 기준 수입 단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최근 환율 상승세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기업들이 체감하는 원가 부담은 더 커졌다.

실제 원재료 단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롯데웰푸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가공버터와 전지분유 등 유제품류의 3분기 말 기준 누적 평균 단가는 kg당 6571원으로, 전년(5539원) 대비 18.6% 상승했다. 코코아 원두 등 코코아류 가격은 kg당 8718원에서 1만5440원으로 거의 두 배에 달했다. 대두유와 팜유 등 유지원유 가격도 kg당 1548원에서 2135원으로 37.9% 올랐고, 육가공류 역시 kg당 4573원에서 5101원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 기간 코코아 가격은 연초 t당 1만1000달러에서 6800달러로 38% 가량 하락했다. 코코아는 선 롯데웰푸드가 부담한 코코아 원가 단가는 오히려 2% 상승했다. 국제 가격 하락분이 환율 상승으로 상쇄되면서 원가 부담이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상은 올해 사업계획 수립 당시 원·달러 환율을 1300원 기준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베스트와 워스트 시나리오 역시 해당 환율을 전후로 마련됐다. 그러나 최근 환율은 이미 회사가 설정한 워스트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대상은 환율 상승에 대응해 전략적 구매를 통한 원가 단가 인하, 수익성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 조정, 제조원가 절감, 판촉비 효율화 등을 병행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계속된 가운데 환율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부담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환율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9월 1392.38원에서 10월 1424.83원으로 급등한 데 이어, 11월에는 1460.44원까지 치솟았다. 12월 들어서도(1∼19일 기준) 1472.49원을 기록하며 고점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1480.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와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로 순차적으로 전이되고 있다. 11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2.6% 상승하며 1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지수도 지난달 0.3% 오르며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소비자물가 역시 11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 8월 1.7%로 1%대까지 내려갔던 상승률은 9월 2.1%, 10월 2.4%로 높아진 뒤 3개월 연속 2%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가격 인상 압박 '눈치 보기', 지방선거 이후 올리나

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수준까지 오를 경우 상당수 식품기업이 부담을 감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원가 압박이 이어지면서 식품업계 전반에서는 가격 인상을 더 미루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다. 그동안 비용 절감과 판촉 축소 등으로 대응해 왔지만, 내부적으로 추가로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은 상당 부분 소진됐다는 것이다.

환율 상승은 원재료뿐 아니라 포장재와 물류비, 공장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산업용 전기·가스 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미 원가 절감이나 비용 축소는 할 수 있는 만큼 다 했다"며 "대응 여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익 목표는 계속 낮아지고 있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격 인상은 개별 기업이 먼저 나서기 어려운 카드다. 정부의 물가 관리 기조와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 전반에서는 서로의 움직임을 살피는 '눈치 보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환율 강세가 장기화할 경우 업계 전반에서 동시에 가격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내 식품업체들은 국제 원재료를 매입한 후 국내 도입까지 3~6개월 시차가 발생해 국내 가격 변동이 뒤늦게 반영된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누적된 원가 부담을 이유로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식품 가격을 우후죽순 올릴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입 원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할당관세 확대 등 정책적 대응을 정부가 보다 종합적으로 고민해 줄 필요가 있다"며 "지금처럼 현상 유지에 급급한 환경에서는 투자와 인력 채용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내수 전반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강달러가 일부 식품기업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거나 해외 생산·판매 비중이 큰 기업들은 환율 상승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수출 기업의 경우 수출 물량과 외화 표시 수출 가격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원화 기준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라면의 경우 수입 원료 비중이 90%에 이르지만, 수출 비중이 80%를 넘나드는 삼양식품의 경우에는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확대보다 수익 증대 효과가 더 크다.

유통경제부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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